문화적 교류를 통해 수많은 차용어가 생기는 현대와 달리, 전근대사회에서 주로 교역과 같은 물적 교류의 형태로 언어 접촉이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행위와 관계를 나타내는 동사보다 사물과 개체를 나타내는 명사가 더 차용되기 쉬운 경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한국어 용언이 주변 언어에 차용된 사실은 한민족과 주변 민족사이에 심화된 인적·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다는 방증이 됩니다. - P91
한국어족이 지금으로서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에 받은 영향은 일본. 류큐어족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앞서 이미 다루었듯이, 한국어족은 일본어족으로부터 자연과 농경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반면 일본어족은 한국어족으로부터 기술과 문명에 관한 어휘를 차용했습니다. 이처럼 언어 접촉에 의한 영향은 쌍방향으로 발생합니다만, 언어 접촉이 발생한 시기, 인구 집단의 위상 등에 따라 주고받는 어휘의 범주는 달라집니다. -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