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를 따라주고 나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꾸며 말한다, ‘있지도 않은 자(Outis)’라고. 우리말과는 달리 인도유럽어에서는 ‘이다’와 ‘있다’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있지도 않은 자’라고 번역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자’라고 옮길 수도 있다. 꾀가 힘을 제압하는 패턴 자체는 민담에서 가져온 것이다.
‘내 말을 들으소서, 대지를 뒤흔드는, 검푸른 머리칼의 포세이돈이여. 진정 내가 당신의 자식이고, 당신이 내 아버지임을 자부한다면〈이타카에 집을 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가 집으로 가 닿지 못하게 해주소서! 그럼에도 그가 식구들을 만나보고, 잘 지어놓은 집에, 자기 고향 땅에 가 닿는 것이 그의 운명의 몫이라면, 한참을 걸려 흉흉하게 가기만을! 전우들을 죄다 잃어버리고 남의 배를 얻어 타기를! 그리고 집에서도 재앙을 마주치기를!’
신이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며, 사람들은 돼지로 변한다. 오뒷세우스는 여신과 몸을 섞고, 다시 인간의 모습을 찾은 일행은 신들처럼 잔치를 벌인다. 오뒷세우스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각성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저승이다.
제가 이렇게 말하자, 그도 곧바로 대답해주더군요. ‘그건 내가 쉽게 말해줄 수 있으니 헤아림 속에 새겨두오. 목숨을 잃은 망자들 중 누군가가 피에 가까이 다가오도록 그대가 허락한다면, 그는 그대에게 틀림없는 사실을 말할 것이오. 하지만 그대가 꺼린다면 그는 도로 뒤로 물러갈 것이오.’
그러니 죽음을 두고 상심하지 마오, 아킬레우스.’ 제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제게 즉시 대답하며 말하더군요. ‘죽음에 대해 날 위로하려 하진 말아요, 눈부신 오뒷세우스여. 쇠잔해진 망자들 모두에게 왕 노릇 하느니 차라리 재산도 별로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땅뙈기라도 부쳐먹고 살고 싶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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