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던 시기, 팬데믹이 심해질수록 돈을 버는 기업도 많았다. 이들 중 가장 문제가 된 기업들은 한때 전 세계 백신 접종의 상당수를 담당했던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바이온테크 등의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추가 접종을 결정하기 전에도 화이자와 모더나 등 거대 제약사들은 정치권에 부스터샷 접종을 요구하는 로비를 벌이며 백신 판매를 통한 이익 추구의 욕망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뿐 아니라 그 모순도 그대로 노출한다. 미중의 갈등을 단순히 대만이나 북한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군사 문제로 인식하는 정치인은 그 이면에 놓인 두 거대 국가의 미래를 건 싸움, 즉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두 국가가 120년 전처럼 세계대전의 형태로 전면전을 치룰 수 없는 이유는 두 국가가 경제적 공동 운명체로 이미 너무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RNA를 바라보는 거대 제약사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대성공으로 2022년 1분기에만 RNA로 질병 치료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약 5000억 원이 투자되었고, RNA 치료제 임상시험도 4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RNA 치료제는 2020년 기준으로 약 500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기업에서 연구개발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이 존재하며,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임상시험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이어 RNA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며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그 뒤를 이었고, 한국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RNA 기반 치료제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다.

거대 제약사들이 암이 아니라 감염병을 표적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제약사들의 인본주의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우리가 mRNA 백신의 개발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중 하나는 민간의 거대 제약사는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거대 제약사가 감염병 백신의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감염병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언급하겠지만 과학의 발달은 도구의 발달에 의해 제약된다. 도구의 제약 속에서 과학자들은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찾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단서를 찾아 자연의 비밀을 벗긴다.

이 질문을 현대 생명과학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자면 ‘정보(달걀)가 먼저인지 기능(닭)이 먼저인지’로 환원할 수 있다. 생명은 정보와 기능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생명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정보만을 가진 바이러스는 생명이 아니며, 기능만을 가진 육회도 생명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생물종에서 정보는 DNA에, 기능은 단백질에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논하는 질문은 ‘DNA가 먼저인가, 아니면 단백질이 먼저인가’로 환원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DNA도 단백질도 아니다. 가장 그럴듯한 답은 R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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