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 음악과 언어로 보는 인류의 진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6
스티븐 미슨 지음, 김명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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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대단히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다. 언어는 현대인의 조상과 친척들이 썼던 의사소통 체계가 점점 진화하여 더욱 복잡한 것이 된 결과임이 틀림없다. 학자들은 이 의사소통 체계들을 뭉뚱그려 '원시언어(proto-language)'라고 부른다. 원시언어의 성격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한쪽은 원시언어가 '구성적(compositional)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전일적(holistic)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한다.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18


 스티븐 미슨(Steven Mithen)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The Singing Neanderthals>는 인류의 원시 의사소통 수단의 성격에 주목한다. 원시언어는 '정보' 전달에 보다 유용한 형태였을까, 아니면 감정 전달에 보다 효과적인 수단이었을까.  이제는 언어와 음악으로 완전히 기능이 완전히 분화되버렸지만, 저자는 이러한 기능 분화 이전의 시대에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이 살았음을 주목한다.


 언어는 구어건 문어건 몸짓언어건, 한 사람 이상의 타인과 생각이나 지식을 주고받기 위한 의도적인 수단으로, 우리는 언어를 이용해 내밀한 감정에서부터 일상적 사건,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p41)... 음악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의사소통 체계다. 그러나 한 곡이 이 세상에 대해 뭔가를 '말하지'는 않더라도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음악은 지시를 한다기보다는 '조작'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주로 지시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43


 저자의 말처럼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 수단이 언어가 아닌 음악이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 중 하나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보를 전달하는데 유용한 언어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와 감정을 전달하는데 유용한 음악을 선택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통해 추상적 사고를 통해 농경사회로 진입하여 국가, 종교를 만들어 조직화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보다 예술적이었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서서히 밀려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언어가 진화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큰 뇌, 성도, 청각능력, 혀와 숨쉬기를 위한 운동제어력을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언어가 진화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해부학적 발달과 분화적 성취에 대한 설명을 발전된 형태의 'Hmmmm'에서 찾아야 한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328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에서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원시의사소통 수단인  'Hmmmm'으로부터 음악과 언어의 분화에 대해 고고학적인 근거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저자가 채 말할지 않은 행간 사이에 어쩌면 우리는 숨겨진 인류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구조화된 현대 사회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예술인의 원형(原形)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까지 이어진다...


 'Hmmmm'의 분절을 통해서 구성적 언어가 생겼고, 이것은 인간이 사고를 하는 성격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때 우리 종은 온 지구를 차지하는 길로, 호모속 최초의 종이 약 200만 년 전에 출현했을 때부터 줄곧 해왔던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끝내는 길로 첫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 1만 년 전에 끝나자마자 지구의 여러 곳에서 농경이 발명되었고, 이것은 최초의 도시와 최초의 문명을 낳았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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