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우리 계획은 민간 부문으로부터 장기증권을 매입한 후, 같은 액수의 자금으로 시중은행 계좌에 지급준비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민간 자산을 매입할 때 흔히 듣게 되는 ‘돈을 찍어낸다’는 비난과 달리, 이 방법은 전체 통화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가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인데, 이런 종류의 의사결정이 국채 금리와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채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기업 채권의 수익률도 하락하리라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유로 지역은 통합된 재정 및 금융 정책의(때로는 정치적 의지마저) 부재로 인해 무너진 금융 시스템의 자본 구조를 미국과 같은 정도로 재편하지 못한 탓에 이어지는 위기에 계속해서 약점과 취약성을 드러낸 것은 물론, 대출 여력도 훨씬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둔 중앙은행도 실행 단계에서는 목표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그들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한, 고용이나 경제 성장 등 복수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고용을 비롯한 다른 목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어떤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로에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선언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꾸준히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목표가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식품이나 에너지 가격에 일시적인 등락이 있더라도 그것을 장기 기대치에 반영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임금과 물가를 형성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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