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회가 말하기를 ‘곡식을 사들이는 것이 아주 비싸면 백성들을 다치게 하고, 아주 값이 싸면 농업을 해치게 된다. 백성들이 다치게 되면 흩어져 버리고 농업이 다치게 되면 나라가 가난해진다. 그러므로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면 그것은 다른 하나를 다치게 하니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들로 하여금 다치지 않게 하고 농업을 더욱 권고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황제가 일찍이 불러서 편전(便殿)에 오게 하여 변방의 일을 물었는데 왕화기가 말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으니 걱정할 것은 뿌리가 아직 굳지 않은 것이며, 뿌리가 굳다면 줄기와 가지는 걱정거리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지금 조정이 잘 다스려지는데 변방의 경계 지역이야 무슨 걱정으로 불안합니까?"

천하는 아주 넓고, 만기(萬機, 정치를 하면서 처리해야 할 업무)는 아주 많은데, 폐하께서 총명하심으로 보필하는 신하들에게 기탁하셨는데, 만약에 여러 관료를 접견하지 않으면 어떻게 밖의 일을 알겠습니까! 옛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의심하거든 쓰지 말고, 썼거든 의심하지 말라.‘ 만약에 국운(國運)이 쇠퇴하는 말기에 강한 신하가 멋대로 권력을 전횡하게 된다면 이러한 시기에는 고려할 수 있습니다.

황제가 이 때문에 가까이 있는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국가에 만약에 밖의 걱정거리가 없다면 반드시 안의 근심거리가 있다. 밖의 근심거리는 변방 일에 불과하여 모두 미리 막을 수 있지만 오직 간사하기가 형편없는 사람들이 만약에 안에서 걱정거리를 만든다면 깊이 두려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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