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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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는 근대적인 시장이다. 그곳은 규칙적으로 큰 거래소에서는 매일 모여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장소이다... 거래소에서는 현존하지 않는 상품, 종종 생산 중인 상품, 심지어는 앞으로 생산될 상품에 대해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거래가 체결된다. 매수자는 보통 그 상품을 자신이 보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상품을 받고 값을 지불하기 전에라도) 이익을 보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_ 막스 베버, <거래소>, p22/170


 막스 베버(Maximilian "Max“ Carl Emil Weber, 1864~1920)의 <거래소 Die Borse>는 주식시장의 기원, 주체, 작동 원리, 기능, 상품으로서의 선물(futures)에 대해 정리한 작은 책이다. 책에 담긴 내용 자체는 현대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크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제는 상식이 된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고민은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개인은 그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재화를 만들어내지 않고, 그가 예상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재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 개인은 그 자신의 노동 산물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동 산물을 쓴다. _ 막스 베버, <거래소>, p16/170


 가부장제 아래에서 자신의 사용가치를 위해 물건을 생산하던 개인이, 이제는 공동체에서 타인이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되는 물건을 만든다는 것. 생산의 목적이 '사용'이 아닌 '교환'이 되면서 생겨난 것이 시장(市場)이라면, 시장을 통해 우리의 필요(need)는 교환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억제된 것이 아닐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른 이들과 연락해야 한다는 필요가 아이폰을 원하게 되고, 아이폰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화폐에 대한 갈구로 이어지는 것이 일련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억눌린 욕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불편함을 해소할 필요, 필요를 해결할 상품에 대한 열망,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 있는 화폐상품에 대한 갈구. 이러한 단계 속에서 최초의 필요는 최소한 사회적 교환가치를 갖는 화폐를 손에 넣기까지 억눌릴 것이며, 억눌림으로부터의 해방은 바로 소비의 순간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모두를 기술적으로 가장 완전하게 행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발전한 거래소들에서 오늘날 투기매매 형태로 널리 행해지는 거래 형식, 즉 선물거래이다. 선물거래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다. 투기자는 상품을 즉시 수령해서 인도한다는 조건으로 현금을 지급하며 매매하지 않는다. 수령과 인도의 이행이 장래의 특정한 날, 예를 들면 정해진 날짜로 연기된다. 이 시점이 다가올 때까지는 양자(즉 매수자와 매도자)가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계약'의 '실현'을 시도할 시간의 여유가 있다... 선물거래에서는 투기자에게 필요한 자본이 훨씬 적다. 곡물 가격의 '상승세에' 투기하는 자는 더 이상 곡물의 현금 구입을 위해 오늘 막대한 금액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그는 -  투기가 성공한다면 - 몇 달 후 곡물을 판 다음에야 그 막대한 금액을 회수한다.  _ 막스 베버, <거래소>, p106/170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업을 돈-기계(moeny machine)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거래소의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욕망과 그들의 투기에 대해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거래소를 통해 자신의 (돈과 주식 간의) 교환가치를 자신을 위한 사용가치로 바꾸려는 욕망 자체는 공동체 안의 개인으로서 당연한 본능이 아닐까. 이 경우,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열망에만 이끌려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 대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더 생각이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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