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아이작 버틀러 지음, 윤철희 옮김, 전종혁 감수 / 에포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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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지바니예는 배우가 배역의 실체와 깊게 연결되어 캐릭터가 처한 상상의 현실에 철저하게 녹아듦으로써 캐릭터가 느끼는 것을 느끼고, 어쩌면 심지어 캐릭터가 생각하는 바를 생각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경험하기'는 완전히 그 캐릭터가 된다거나 배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배우의 살아 있는 의식과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허구적 의식이 만난다는 의미이다. _ 아이작 버틀러,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p16/388

아이작 버틀러 (Isaac Butler)의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The Method: How the Twentieth Century Learned to ACT>에서 독자들은 연기의 새로운 기준을 만나게 된다. 이전 시대까지 배우들은 온전하게 자신을 비워내고 새로운 페르소나(Persona)로 완벽한 인물이 되어야 했다면, 스타니슬랍스키는 '시스템'을 통해 배우가 자신을 비우는 대신 배우가 철저하게 인물가 하나될 것을 요구한다. 이전 시대까지 배우가 이성(理性)적으로 관객들에게 당위(當爲)를 나타내야 했다면, 시스템은 감성(感性)적으로 관객들을 설득한다.

디드로는 대화 형식의 미완성 에세이 <배우에 관한 역설>에서 위대한 연기의 핵심은 이성과 통제라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감성은 그저 그런 배우들을 만들어낸다. 그저 그런 감성은 다수의 형편없는 배우들을 만들어낸다. 숭고한 배우의 탄생은 감성이 완전히 결여되었을 때에야 가능하다." _ 아이작 버틀러,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p13/388

영감이 서식하는 곳은 의식 conscious이 아니다. 영감은 스타니슬랍스키가 초의식 superconscious이라고 명명한 곳에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초의식이란 프로이트의 잠재의식 subconscious 개념이 아니라 의식적인 의지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신의 일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의식적인 통제력이 부족한 것이 배우에게 특별한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스타니슬랍스키는 깨달았다... 결국 예술은 현실 삶의 복제품이 아니다. 연극을 포함한 예술은 경험을 편집하고 압축한다. 그 과정을 통해, 그리고 예술가의 관찰을 통해, 경험은 의미와 삶과 진실의 밀도가 높아질 때까지 압축된다. _ 아이작 버틀러,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p68/388

<메소드>는 러시아(소련)에서 태어난 '페레지바니예'가 미국으로 건너와 브로드웨이와 헐리우드라는 배경과 만나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배우의 언어와 행동 그리고 무대와 조명 등이 하나로 결합되어 재현 순간 하나하나에 고유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연기와 연출은 대본 뿐 아니라 시간에도 아우라(Aura)를 만들어 내고, 관객들은 이를 이성과 감성을 통해 통합적으로 받아들이며 작품의 일부와 완선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메소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말론) 브랜도가 언어를 다루는 방식은 자연주의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그는 사람들이 실제 말하는 것처럼 말한다. 대사를 툭툭 던지고 어눌하게 발음한다. 비비안 리가 연기하는 거짓과 허식으로 점철된 캐릭터인 블랑쉬와의 대조가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없다. 브로드웨이 무대 위 블랑쉬의 거짓된 모습은 고전적인 훈련을 받은 영국 여배우의 그것이었다. 영화 속 블랑쉬의 거짓된 모습은 1930년대와 1940년대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활동한 여배우의 그것이다. 그래도 싸움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 바로 사실주의 대 마술의 싸움. _ 아이작 버틀러,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p222/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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