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란 민족들이 깨어나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이 없는 곳에서 민족을 발명한다. 다만 발명을 하더라도 애초부터 무언가 남들과 다른 특징이 있어야 써먹을 수 있는데, 물론 이러한 특징은 앞서도 말했듯이 순전히 부정적인 성격의 것일 수도 있다.(다시 말해서, 기득권의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특징일 따름이며 장차 새로운 ‘민족’을 형성하게 될 그들 실격자들 간에 그 이상의 아무런 적극적인 유사성이 없을 수도 있다.)

겔너의 핵심주장 즉 "‘민족(정체)성’에 의한 분류는 ‘문화적’ 분류이고 이것은 언어적 분류이다(아니 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족주의를 기본적으로 언어중심의 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화’와 ‘언어’는 근대적 조건에서 다소간에 서로 교환될 수 있는 용어이다.

우리는 스미스가 ‘근대화 이론’을 이미 불신의 대상이 된 낡은 패러다임으로 규정하면서, ‘전통’과 ‘근대성’의 개념이 유럽중심주의의 산물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 대 ‘근대성’이라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고,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도 불가피하거나 불가역적인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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