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게오르그 짐멜 선집 1
게오르그 짐멜 지음, 김덕영. 배정희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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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체가 된 정신은 부동성, 응고성 및 지속적인 존재 형식과 더불어 주관적 영혼의 넘쳐흐르는 생동감, 내적인 자기 책임성 및 변화하는 긴장에 대항한다. 정신은 정신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형식의 심층적인 대립에 의해 무수한 비극이 야기된다. 이 대립은 부단하지만 시간적으로 유한한 주관적 삶과, 일단 창출되면 부동(不動)이지만 무시간적으로 타당한 삶의 내용 사이의 대립을 가리킨다. 바로 이러한 이원론의 한가운데 문화 이념이 자리한다... 문화란 영혼이 그 자체의 내부에 미리 형성되어 있는 것이 더 고양되고 완성되는 어떤 것이다. _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p20


 게오르그 짐멜 (Georg Simmel, 1858~1918)은 <게오르 짐멜의 문화이론>에서 주관과 객관, 개인적인 영혼과 사회적인 정신의 종합으로 문화를 설명하는데,  그 바탕에는 인간의 영혼이라는 기본 전제가 자리한다. 짐멜에 의하면 자연 상태의 인간 영혼은 그 자체로 완성에 이를 수 없다. 개인의 완성을 향한 길은 사회와의 과학, 종교, 예술, 윤리, 경제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며, 주관이라는 내용은 객관이라는 형식을 만났을 때 비로소 통일이라는 완성을 다다르게 된다.


 문화는 이렇듯 삶이 내용을 주체와 객체가 독특한 방식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설정하기 때문에 그 개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교화되고 고양되며 완성된 사물을 가리켜  객관문화라고 규정할 수 있다. 객관문화는 인간 영혼을 자체의 고유한 완성의 길로 인도하거나, 개별인간이나 전체 사회가 더 높은 존재로 나아가면서 통과하는 도정(道程)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이에 반해 나는 주관문화를 그렇게 달성된 개인적인 발전의 정도라고 이해한다. _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p72


  문화를 이해하는 짐멜의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분업(分業)과 돈(錢)은 사회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한 개인의 완성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대량 생산을 위한 분업이 가져온 생산자와 소비자의 단절이라는 결과와 교환을 위해 등장한 돈의 출현이 가져온  생산물 가치의 단절이라는 결과. 근대화를 뒷받침한 생산과 교환 양식에서의 극적인 변화는 결국 개인의 완성을 단절시켰을 뿐이다. 


 이처럼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은 문화를 중심으로 한 짐멜 사상의 전반적인 구조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같은 구조 위에서 짐멜의 대표작 <돈의 철학>을 읽는다면 보다 그 의미가 깊게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노동분업이 창조하는 인격과 창조된 생산물을 분리하고, 생산물로 하여금 객관적인 독립성을 갖게 한다면, 이와 비슷한 일은 노동분업적 생산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노동분업이 주문생산을 파괴하면서 소비자를 향한 생산물의 주관적 색깔은 자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생산은 이제 소비자와 무관하게 진행되며, 상품은 소비자가 외부에서 다가가는 객관적 소여물로서 그 존재는 소비자와 대치된 자율적인 것이다. _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p89


 현재의 체험은 더욱 구체적인 의미를 띄면서 문화의 또 다른 발전, 즉 도구에 불과한 것이 자기목적으로 기형성장하는 것과 맞물려 들어가는 듯하다. 목적론적 계열의 수정은 특히 도구가 목적을 은폐하는데 있어 세계사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예를 보여주는 영역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제 영역이다. 이 예는 돈이다. 돈은 교환과 가치보상의 수단으로서, 이 같은 중간 매개자의 기능 외에는 아무 가치도 없는, 극단적인 무(無)이다. 그런데 돈이 대다수 문화인간의 최고 목표가 되어버렸다. _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p190



문화의 특수한 의미는 인간이 영혼의 발전에 인간에게 외적인 어떤 것을 포함시키는 경우, 영혼의 길이 주관적으로 개인의 정신적 세계에 머물지 않는 가치와 계열을 경유하는 경우에 성취된다... 문화는 두 요소가 만남으로써 생성되는 바, 이 둘 가운데 어느 것도 자체적으로 문화를 포함할 수 업다. 주관적인 영혼과 객관적인 정신의 생산물이 바로 그것이다. - P25

문화는 원래 처음 존재하는 순간 이미 내부에 그 내용의 형식을 포함하는데, 이 형식은 문화의 내적 본질 - 영혼이 미완성된 자신에게서 완성된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마치 내재적인 법칙에 따라 불가피한 것처럼 미혹시키고 무거운 짐을 지우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며 분열시키도록 결정되어 있다. - P61

문화내용이 성장해 자아의 영역으로 편입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문화내용의 다양성과 전문화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내용이 단순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것은 자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 절대로 굽히지 않는 어떤 거승로서 인격과 대립한다. 자아에 대한 이러한 관계의 우회로를 거치면서 외적인 것의 분화는 외적인 것을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의 객체로서 느끼게 하는 유인(誘因)이 된다. - P95

인식은 삶과 뒤얽힌 요소로서 삶의 원천에서 자양분을 얻고, 삶의 방향과 목적의 총체성과 통일성으로 조종되며, 삶의 근본적인 가치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리하여 삶은 이제까지 거기에서 분리되어 자율적인 것으로 보이던 영역에 대한 지배권을 재천명했다. 인식의 형식은 내적 일관성과 자족적 의미를 통해 인간의 전체적인 표상의 세계에 대한 확고부동한 틀, 또는 파괴할 수 없는 배경막(幕)을 구성하면서, 삶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삶의 흐름에 의해 해체된다. 더불어 인식의 형식은 생성되고 변화하는 삶의 에너지와 방향에 대해 자신의 고유한 권한과 무시간적인 타당성을 근거로 저항하지 않고 이러한 삶의 에너지와 방향에 의해 주조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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