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정치는 극단적 지지자를 부르고, 극단적 지지자는 다시 극단의 정치를 증폭시킨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감정의 양극화에 가깝다. 그 사이 사회적 의제들을 논의하는 공론장은 쪼그라들고, 민주주의는 ‘한국식 악성 포퓰리즘‘으로 미끄러진다. 공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보다는 지지자 개인의 욕망을, 대결에서 이기고 상대편을 척결하려는 욕구를 대리하는 정치인들이 승리를 거머쥐기 때문이다. - P12

새해 시작과 동시에 습격을 당한 한국 정치는 정확한 교훈을 얻고 변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여야 사이의 정치적 규범을 손보고 협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4월총선까지 당내 경선과 공천, 선거운동이이어지는데 이때는 도리어 적대와 증오가 더욱 과열되는 시기이다.  - P13

지금까지 살펴봤듯, 잔류 민주와 이탈 민주는 윤석열 정부를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사회 주요 이슈를 보는 생각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념 차이를 묶을 수있는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에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2022년 대선후 민주당의 실력과 당내 민주주의 등에불만을 가지고 이탈했다.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의 도구로 적합한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다.  - P19

태영건설의 위기는 ‘체력도 떨어졌는데 감당해야 할 보증이 너무 많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당장 부채비율이 높다. 2023년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자기자본은 8469억원이다. 유동부채는 2조1801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58%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이만큼 빚이 많은 회사는 찾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인체력이 떨어졌을 땐 부실을 덜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PF 사업장 이곳저곳에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대신 돈을 갚겠다‘며 보증을 선 게 사태를 악화시켰다. - P23

건설사 위기는 보증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대출은 담보 또는 신용이 있어야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은 보증 물품 (건축물)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프로젝트‘만 보고 대출을 일으켜야 한다. 여기서 ‘한국식 부동산 PF의 특징이 나타난다. 단순히 프로젝트의 사업성(분양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출을 해주는 게 아니라, ‘뒷배가 누구냐, 누가 보증하냐‘에 따라 대출 성사가 결정되는 게 한국식 부동산 PF의 핵심이다. - P24

하림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은 기대보다 우려를 불러왔다. 가장 먼저 하림그룹의 자금 동원 능력부터 검증의 대상이 됐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대금으로 약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고알려졌다. 그런데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00억원에 불과하다.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로 범위를 넓혀도 1조2900억에 그친다(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 인수 대금에 비해 부족한액수다. - P34

언젠가부터 농산물 가격 폭등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가격 폭등의 배경에는 유통과정이 복잡한 농산물시장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후위기다. 농작물 생장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상기후가 농촌을 습격하면서 상당수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 P36

기후위기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을 특히 위태롭게 한다. 농약은 물론이고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한 생장조절제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민은 이상기후 앞에서 막막할 뿐이다. 병충해가 시도 때도 없이 창궐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약을 치지만, 그럴 때마다 괴롭다. 여름철에 비가 자주 내리면 농약이 씻겨 내려가기에 더욱자주 약을 쳐야 한다. 친환경 농민으로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 P38

이번에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이니 어떤 도발도 정당하다는 논리가 깔린 셈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이 비난해온 윤석열정부의 긴장 고조 정책에 면죄부를 줄 것이다. 남북의 ‘강대강‘ 대결로 앞으로 한반도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날뛰는 채소밭 신세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 지정학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 P4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장기 복합전략이다. 평화적 독립과 평화적 통일로100년 넘게 이어져온 대한민국의 가치가가장 튼튼한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2045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는 전략을세우고 실천하기 위한 중기 계획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숙명의 한반도지정학에서 벗어나, ‘가교 파워 (bridgepower)‘를 향상시키는 전략은 미국과 일본에 올인하는 외교를 극복할 대안이다. - P45

20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질소와 수소 기체로부터 암모니아를 대량생산하는 방법, 일명 ‘하버-보슈(Haber-Bosch) 과정‘을 개발했다. 이 공로로 1918년에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불쾌한 냄새의 대명사인 암모니아 제조 덕분에 노벨상까지 받았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인류를 식량난에서 구한 대발견이었다. 이를 통해 합성비료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부터 촉발된 농업혁명은 폭발적으로 늘어난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 P47

빈곤계층 청소년의 가장 큰 문제는의식주와 학자금 등 겉으로 드러난 복지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더 큰 어려움은자아정체감의 위축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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