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투자와 숙련된 인력, 사상의 특정한 흐름을 장려함으로써 자국의 주권이 침해되도록 기꺼이 허용한다. ‘공유 주권(pooling sovereignty)’ 같은 표현은 국가와 정부가 자국 영토를 언제나 절대적으로 배타적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국가는 복수의 경계를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은행, 국제연합, 글로벌미디어 기업,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rnization, WTO)가 지구적 행위를 형성하는 데 각자 일익을 담당하면서 거버넌스는 더 지구적이고 다중심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보는 시각이 이제는 일반적이다.

여기서 심화(intensity) 개념이 중요한데, 국제적 경계와 배타적 주권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유한 흐름과 쟁점에 국가가 갈수록 적응해야 한다는 증거가 쌓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과 쟁점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지구 기후 변화, 인권, 마약 밀매, 핵무기에 의해 인류 절멸의 가능성 등이 포함될 것이다

지정학적 경쟁과 경제적 지구화 사이의 연결고리는 상당한 논쟁거리다. 일각의 평가에 따르면 국가의 위상은 이런 지구적 경제와 정치 질서의 강력한 요구 조건 때문에 점차 퇴색되었다.

국가는 궁극적으로 전후 경제·정치 질서를 창조했고 미국은 이 점에서 가장 중요했다. 더욱이 재산, 과세, 투자 관련 법은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하고 보호한다. 지구화가 지구적 정치 질서를 비롯한 ‘정세(state of affairs)’를 바꾸어온 방식을 조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변형된 국가(transformed state)’라는 개념이 더 유용하다.

지정학 저자들은 E. H. 카(E. H. Carr)와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 같은 현실주의의 거두를 가리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다수의 현실주의자와 유사한 세계관의 모델을 가지고 작업한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자국의 안보 상태에 집착하던 라틴아메리카의 장성들에게 현실주의적 세계관은 국가 안팎의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과 위험으로 가득한 지정학적 상상력과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의 지구적 정치 체제는 자연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가 국제 정치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그것, 다시 말해 이야기일 뿐이다. 어떤 서사는 다른 서사보다 분명히 더 중요하고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 같은 어떤 개인은 세계가 어떻게 느껴지고 해석되는지를 결정하는 데 특히 목소리가 크고 확연히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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