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듣건대 도곡은 아들을 교훈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도병이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겠는가?" 급히 중서에 명령을 내려서 복시(覆試)를 치게 하였더니 도병은 다시 합격하였다. 이어서 조서를 내렸다. "조사(造士)의 선발은 사사로운 은혜를 심는 것이 아니니 세록(世祿)을 가진 집안에서는 의당 평소의 업무를 돈독하게 하라. 예컨대 당여(黨與)를 만들어서 자못 용납하고 가만히 입김을 불어 넣는 일이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문형(文衡)이라는 공기(公器)가 어찌 의당 사사롭게 남용되어야 하겠는가? 지금부터 거인(擧人)은 무릇 녹봉을 받아먹는 집안과 관계가 있다면 중서에 위탁하여 복시(覆試)를 치루라."

"길에서는 모두가 말하기를 호부시랑 맹공신(孟拱宸)의 집을 교방사(敎坊使)인 원승진(袁承進)에게 준다고 합니다. 옛날에 고조(高祖)가 무용수인 안질노(安叱奴)에게 벼슬을 주어 산기시랑으로 삼으려 하여 온 조정에서 모두 비웃었습니다. 지금 비록 원승진을 시랑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시랑이 살 집을 하사하시니 일이 역시 비슷합니다." 남당의 주군은 백(帛)을 하사하여 그가 용감하게 말한 것을 나타냈지만 그러나 끝내 고칠 수는 없었다.

소사온은 야율색진(耶律色珍, 斜軫)을 천거하여 나라를 경륜(經綸)할 재주를 가졌다고 하자 요주가 말하였다. "짐은 그를 아는데, 안일하게 호탕하기만 하니 어떻게 얽어 매여 굴복시키겠소!" 소사온이 말하였다.
"밖으로는 안일하고 호탕하지만 중심은 아직 헤아릴 수 없습니다." 마침내 불러서 당시의 정치에 관하여 물었더니 가리키고 진술하는 것이 알맞고 절실하여 요주는 그를 그릇으로 중히 여겼으며, 즉시 절제(節制)서남면제군으로 명령하여 하동(河東)을 돕게 하였다.

국가는 고요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데, 천도(天道)에는 악이 가득 찼고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험한 것을 믿는 나라인데 듣건대 이번 전역(戰役)은 부고에 있는 재물을 고갈시키고 백성들의 힘을 소진하며 충성스런 마음이 용약(踊躍)하여 각기 규유(窺?, 틈을 봐서 행동하다)를 갖고 있습니다. 전하여 지는 말에 ‘이웃 나라가 후해지면 군주는 엷어진다.’고 하였는데, 어찌 난가(?駕, 황제의 수레)를 돌려 도읍지로 돌아가는 것이 상당(上黨)에 군사를 주둔시키는 것과 같겠습니까! 여름에 그 보리를 거두고 가을 그 벼를 거두게 하고 역역(力役)의 징발을 느슨하시는 것이 탕평책입니다.

"벌목을 하는 데는 먼저 가지와 잎을 없애고 그 후에 뿌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지금 하동(河東)은 밖으로 거란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안으로는 사람과 호구가 부세를 내니 가만히 생각하건대 한 해가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떨어뜨릴 수 없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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