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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평점 :
남녀 사이의 소득 차이는 일터에서의 편견이나 가정 친화적인 정책의 부족, 그 밖에 빠른 해법들이 지적하는 문제들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거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살펴본 실증 근거들과 논리가 말해 주는 바다.. [시간 융통성의 여지를 주지 않는] 일의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좋은 소식은,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나쁜 소식은,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p320/546
클라우디아 골딘 (Claudia Goldin, 1946~ )은 <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Career and Family: Women's Century-Long Journey toward Equity>에서 과거 100여년 간의 대졸 여성들의 삶(life)과 경력(career)를 통해 그들이 극복해 온 것과 다시 맞닥뜨린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말한다. 어떤 장벽들은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다른 것들은 전쟁, 질병과 같은 질병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것들은 과학의 발전에 의해 제거되어 왔음을 본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의 변화는 기존의 장벽들은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장벽을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의 눈 앞에 있는 불평등의 근원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온콜'임무와 반대급부로 지급되는 높은 대가를 지적한다.
근본적으로, 여기에서 시간 제약의 문제는 누가 집에서의 일에 대해 '온콜on-call'[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 임무를 맡을 것이냐의 문제다. 집에 급한 일이 있을 때 지체 없이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오는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p24/546
'온콜'의 문제는 이중적이다. 상대적으로 강제적인 다른 장애물들과는 달리 온콜은 선택의 문제다. 초기 자본주의의 도약단계에서 분업(分業)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듯, 가정의 구성원들은 높은 급여와 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온콜 분업'이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대응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성별 소득 격차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많은 장애물이 없어지고 여성들이 많은 자유를 획득하면서, 이제 늘 여성들 앞에 있었던 근본적인 장애물 하나가 명백하게 눈앞에 드러났다. 그 장애물은 바로 시간 제약이다. 아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커리어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부부간의 공평성(시간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지켜진다면 여성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달성할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 구조에서] 부부간의 공평성은 정말로 비싼 비용을 감수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이 성별 소득 격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p258/546
온콜 시스템은 계약의 당사자 - 노동 공급자인 가정과 노동 사용자인 기업 - 모두에게 유리한 계약이다. 기업은 온콜 시스템을 통해 2명의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1명에게 1.5배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0.5만큼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원가절감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에 온콜 시스템은 가속화된다. 상대방인 가정은 어떤가. 가정 내 분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으로 양육과 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커리어의 복리효과로 빠르고 높은 승진을 가능케하기에 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얼핏 이들의 win-win 계약은 사회의 효용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저자 골딘에 따르면 성별 소득 격차가 남는 부분최적화에 그치게 된다.
기업은 클라이언트의 필요에 즉시 응대할 수 있는 직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원한다. 하지만 장시간을 불규칙적인 일정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돈을 더 버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데 대해 그들이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추가 보수는 직원이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데 대해 기업이 들이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p316/546
오늘날 돌봄 영역과 경제 영역은 명백하게 상호의존적이다.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에필로그 中
전체적으로 저자 클라우디아 고딘은 본문을 통해 시스템의 실패,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를 말한다. 사적 고용계약이 갖는 한계는 민영화의 한계에 다름아니다. 성별 소득 격차에 관한 많은 연구가 최적화된 시스템 내에서의 분배 문제에 초점을 둔 반면,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시스템의 구조 문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경제학 책이라 여겨진다...
급할 때 내 일을 맡아줄 (거의) 완벽한 대체 인력이 한 명만 있어도 여성과 부부에게 막대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 약사 직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성별 소득 격차가 이 직종에서는 거의 사라졌음을 볼 수 있었고 어떻게 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사라질 수 있을지에 대해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교훈은 매우 중요하다. _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p328/546
커리어와 가정 둘 다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커리어가 갖고 있는 중요한 속성 하나가 명백하고, 핵심적이고, 가시적으로 떠올랐다. 많은 커리어에서 일이 너무나 탐욕스럽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간 외 근무,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하고 저녁 시간과 밤 시간도 일에 쏟아붓는 사람은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p25/546)
기업이 회사에서 상시적으로 온콜 상태일 수 있는 노동자에게 이보다 더 많은 추가 임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그리고 집에 남아 있는 쪽이 일반적으로 여성이라면, 성별 소득 격차는 더 커진다. 하지만 누가 어느 쪽의 온콜을 담당하는지에 성별 편향이 전혀 없다 해도 부부간 공평성이 상실되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p294/546)
중요한 것은, 성평등(혹은 불평등)과 부부간 공평성(혹은 불공평성)이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변호사 사례와 약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제까지 살펴본 어려운 의사결정(부부 중 한 사람, 대개는 여성이 집에서의 온콜을 전담하기로 하는 결정)은 부부 사이에 공평하지 않은 상황을 일으킨다. 또 이것은 전체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시간당으로 계산하더라도) 소득을 덜 올리게 되는 결과를 낳아 젠더 불평등을 일으킨다.(p35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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