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해자 - 부자를 만드는 주식투자의 공식
팻 도시 지음, 전광수 옮김 / 북스토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속성이 있는 기업, 즉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은 가치가 높은 반면 경쟁력이 업는 기업의 가치는 한순간에 영 zero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것이 투자자로서 경제적 해자가 의미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p24)... 해자가 있는 기업의 가치가 더 높은 이유는 더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자가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경쟁사들로부터 보호될 현금흐름을 사는 것과 같다. _ 팻 도시, <경제적 해자>, p25

팻 도시 (Pat Dorsey)의 <경제적 해자 - 부자를 만드는 주식투자의 공식 The Little Book That Builds Wealth>은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가진 기업과 이들이 갖는 독점 이익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다른 기업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 진입장벽을 보유하고 지속적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의 발굴이 갖는 중요성과 기준에 대해 말한다. 독점(獨占, monopoly)을 추구하고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이윤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목표임을 생각한다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은 자신의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기업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방법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유일한 성공투자 방법일까. 경제적 해자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은 본문을 통해서도 충분히 언급되고 있으니 이번 리뷰에서는 경제적 해자를 조금 다르게 보려 한다.

저자 팻 도시는 경제적 해자의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라 여겨지는 우수한 제품, 규모, 뛰어난 실행력, 우수한 경영진 등은 경제적 해자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고 단적으로 말한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자.

구조적 경쟁 우위의 네 가지 원천은 무형 자산, 전환 비용,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원가 우위이다. 투자수익률이 높고 이와 같은 특징 중 하나가 있는 회사는 해자가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_ 팻 도시, <경제적 해자>, p49

현명한 경영진은 우수한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만들 수 있으며, 나 또한 얼간이들이 경영하는 회사보다는 현명하게 자본을 배정하는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고 싶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적 특성보다 경영진의 결정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_ 팻 도시, <경제적 해자>, p185

특허권,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높은 고정비와 낮은 변동비가 지출되는 사업이어서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업은 이미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나 쇠퇴기에 있는 기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표준화된 상태에서 차별점을 찾는다면 원가 경쟁밖에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펫 도시가 말한 '경제적 해자'의 조건은 지극히 안정적인 시장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장기 이전 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다는 것은 자신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제품 등의 구매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별화를 노린다는 것이고, 그것은 겨우 몇 달 지탱할 정도의 식량과 물을 비축한 채 해자를 외부와 연결시키는 다리를 들어올려 자신을 주위로부터 고립시키는 행태와 무엇이 다를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새로운 기술 변화에 의해 힘을 얻은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신이 기술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하나의 산업 전체의 경제를 구조적으로 파괴하는) 파괴적 기술은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보다 그 기술 변화에 의해 힘을 얻은 사업의 해자를 더욱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_ 팻 도시, <경제적 해자>, p151

그런 면에서 이상적인 경제적 해자의 조건 - 깊고 충분한 해자 - 는 더 이상 혁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시장에서만 구축이 가능하다 여겨진다. 충분한 무형자산을 갖추고 경쟁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자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겠다는 충성고객이 확보될 수 있다면 기업은 안정적으로 존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안정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빠른 기술과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 그 해자는 바닥을 드러내거나 높은 진입장벽으로 오히려 자신을 고립시킬 수도 있을 것이며, 경쟁기업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업 자신은 경제적 해자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해자가 기업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점은 <경제적 해자>에서 지적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해자를 갖춘 기업 대신 경제적 해자를 메울 수 있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에 오히려 우리는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의 아이폰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의 경제적 해자를 메워버리고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꿔버렸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독립된 해자들을 애플 생태계로 묶어버리고 해자 대신 거대한 바다를 만들어 버린 현실 속에서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가. 물론, 신기술이라는 명목으로 과대평가된 기업에 무조건 열광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다. 광기(狂氣)에 몰린 열풍이 하루아침에 패닉(panic)으로 바뀌는 주식시장의 혼란을 보면 이런 점은 더 분명해진다. 그렇지만 외부와 단절된 폐쇄계에서 소왕(小王)으로 군림하는 기업보다 개방계에서 외부와 적극적으로 연계된 기업에서 투자의 미래를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갖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