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J. 토마스 쿡 지음, 김익현 옮김 / 서광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티카>는 어떤 삶이 인간 존재에게 최선의 삶인가 그리고 어떻게 개인은 그런 삶을 방해하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가를 설명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70 


 J. 토마스 쿡 (J. Thomas Cook)의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Spinoza's 'Ethics': A Reader's Guide>은 기하학적 구조로 정리-증명-주석이라는 기하학적 구조로 건축된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1675)의 <에티카 Ethica>를 보다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입문서다. 신(神), 정신, 정서, 지성, 이성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앞서 말한 기하학적인 논증 구조 안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의 용어를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증명을 통해 앞선 정리로부터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구조는 강력하지만, 간결한 도형 대신 명제로 구성된 <에티카>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은 구조에 대한 좋은 도면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책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다소 거칠지만 <에티카>의 구조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려 한다.


 스피노자가 생각하는 세계는 결과가 그것의 원인으로부터 질서 있게 따라 나오는 그리고 결과가 그것의 원인을 이해함으로써만 이해될 수 있는 세계다. 그리고 그 원인 또한 그것의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다. 그렇게 계속된다... 만약 스피노자의 실재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기하학과 같은 전적으로 합리적인 명료성을 가지려 한다면, 체계를 위한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 선행하는 원인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것. 스피노자가 이러한 출발점을 지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낱말이 '실체'(substance)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45


 <에티카>의 제1부에서 다루는 대상은 실체(實體), 신(神)이다. 결과를 가져오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 자기 원인(causa sui)을 스피노자는 실체라고 이름짓는다. 세계는 신의 활동 역량에 의해 생겨나며 이를 생산하는 자연(natura naturans)과 생산된 자연(natura naturata) 의 관계로 표현된다.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因果)관계는 신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의 법칙으로, 스피노자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의 구조에 따라 필연의 세계를 보여준다. 


 신의 역량은 구조화된 역량이고, 사물들은 이 구조화된 역량에 의해 생겨나게 되며 이 역량으로부터 질서 있게 따라 나온다. 만약 양태의 계열 전체가 연장 속성 아래에서 그 역량에 의해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연장된 사물의 무한 계열이 잘 구조화된 방식으로 서로에 의해 생기고 서로 관계 맺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양태의 계열 전체가 사유 속성 아래에서 그 역량에 의해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관념 혹은 사유의 무한 계열이 잘 구조화된 방식으로 서로에 의해 생기고 서로 관계 맺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 동일한 구조적 역량이 양태의 두 계열 -연장과 사유 - 모두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88


 신(자연)의 세계는 이처럼 완전한 세계지만, 인간의 세계는 이와 같지 않다. 인간 또한 실체이고 인간 자체로 완전하지만, 신의 부분인만큼 부분적으로 완전하다. 신의 속성에 대해 부족한 만큼 인간은 무지와 오류를 갖고 있는데, 스피노자는 이를 상상지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피노자는 신체나 뇌의 변용을 통해 어떤 것의 현존을 지각적으로 기록하는 과정 전체를 '상상지'(imaginatio)라고 부른다... 사물에 대한 우리의 상상적 관념이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물체의 본성 못지않게 적어도 우리 자신의 신체의 본성을 반영한다는 사실은 오류에 대한 스피노자의 설명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p110)... 제2부 정리18에서 약술된 상상지(imainatio)론은 인간 인식에 대한 스피노자의 설명에 있어서 첫 번째 단계일 뿐만 아니라 허위, 인간의 무지와 오류에 대한 설명의 기초이기도 하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15


 인간은 고유의 특성인 상상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그는 사물들의 보편적 특성인 '코나투스'라는 자기보존 특성도 함께 갖는다. 자기보존을 하려는 '욕망' 그리고 긍정적 정서인 '기쁨'과 부정적 정서인 '슬픔'이라는 세 기본 정서는 다른 관념 및 정서들과 결합하여 수많은 감정을 끊임없이 창출해간다.  


 제3부에서도 중심이 되는 정리는 제3부 정리6으로, 거기서 스피노자는 코나투스(conatus)의 원리를 소개하고 그 원리가 모든 사물들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코나투스의 원리는 <에티카>의 나머지 부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스포노자의 주장은 각각의 것(unaquaeque res)이 자신의 존재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53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자기 보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며, 따라서 인간은 그러한 것들을 하도록 결정된다.' 그 다음 문장에서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그 욕구를 의식할 때 그것은 욕망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신-물리적 유기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우리의 근본적인 코나투스적 노력의 표현이다. 이러한 본질적 노력이 우리의 모든 욕망과 행동의 뿌리를 이룬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62


  부분적인 실체인 인간이 구조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상지'의 한계 안에서, 자기보존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가.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통해 더 많은 덕(virtus), 탁월함(arete)을 가지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이러한 노력은 최고선(崔高善)과 신에 대한 인식을 지향하며, 신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성에 의해 느끼는 정신이, 이성에 의해 자신을 진정으로 인식하면서 최종적으로 영원의 상 아래에서 자신이 신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피노자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능동적인 한 우리는 자유롭지만, 반면에 수동적인 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예속적 상태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것이 스피노자 논증의 핵심이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73


  <에티카>는 분명 기하학적인 구조로 구성된 건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물이 조금은 위태롭게 보인다면 이는 건축물을 스피노자 시대의 사상적 기반이 아닌 현대의 기반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필연의 법칙이 적용되는 실체의 세계와 우연의 법칙이 적용되는 부분적 실체의 세계를 같은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설명하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욕망이라는 변수로 인해 생겨나는 곡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적 구조로 설명했다면, <에티카>가 보다 설명력있는 기하-윤리학책이 되었겠지만, 자기원인의 세계가 아닌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개체는 존재 보존을 위해 노력하며(제3부 정리6) 그렇게 함에 있어서 기쁨을 주는 것을 추구하고 고통을 주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제4부 정리19 증명). 이러한 노력이 바로 개인의 코나투스적 본질 혹은 본성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일수록, 그 사람은 더 많은 역량을 표출한다. 스피노자는 개인의 역량을 그의 덕과 동일시하며(제4부 정의8) 개인이 존재 보전 노력에 있어서 더 많은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그는 덕을 더 많이 갖게 된다고(제4부 정리20) 결론내린다. _ J. 토마스 쿡, <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p184

연장된 개별 사물이 연장(extension)이라는 속성 ‘안에‘ 있으며 그것을 ‘통해 파악되는‘ 것처럼, 개별 관념과 정신 상태도 사유(thought)라는 일반적 범주 ‘안에‘ 있으며 그것을 ‘통해 파악될‘ 수밖에 없다고 스피노자는 주장한다(p52)... 무한하고 실존하는 하나의 실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실체가 단 하나의 속성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증하고 나서, 무한한 실체는 무한히 많은 수의 속성(attribute)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각 속성 자체가 무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스피노자는 추론한다. 정리 11에서 그는 이 모든 주장을 함께 제시하면서 처음으로 ‘신‘이라는 낱말을 끌어 들인다. - P53

속성의 절대적 본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따라 나오는 무한하고 영원한 양태를 이해하고자 할 경우, 양태가 신/실체의 역량이 활동으로서 표현되는 방법 내지 방식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경우 연장의 무한하고 영원한 양태는 신의 역량이 무한히 연장된 영역 전반에 걸쳐 표현된 무시간적 방식이다. - P68

능동적인 것을 수동적인 것으로부터 구분하거나 생산된 것으로부터 생산하는 것을 구분한 후에 스피노자는 정리31에서, 특정한 사유와 의지는 사유라는 속성의 양태들이며 사물의 ‘생산된 측면‘ - 생산된 자연 natura naturanta -에 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와 의지는 그것들을 생산한 활동적 역량에 의해 지금 상태로 존재하도록 결정된다는 것이 분명하다. - P75

스피노자는 제3부 정리9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노력이 정신에만 관계될 때, 그것은 의지라 불리지만, 정신과 신체 모두에 관계될 때, 그것은 욕구라 불린다. 그러므로 욕구는 바로 인간의 본질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자기 보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며, 따라서 인간은 그러한 것들을 하도록 결정된다.‘ 그 다음 문장에서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그 욕구를 의식할 때 그것은 욕망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신-물리적 유기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우리의 근본적인 코나투스적 노력의 표현이다. 이러한 본질적 노력이 우리의 모든 욕망과 행동의 뿌리를 이룬다. - P162

만약 우리가 역량 내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충분히 마음에 새겨 두고 있다면, 우리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데서 오는 좌절의 고통을 겪지 않는 방식으로, 충분한 노력을 통해, 욕구와 욕망을 제한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견해로는 우리 역량 내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적합한 관념은 그 자체가 우리 역량을 넘어서는 것을 우리가 소유하고 완성시킨다는 생각에 대한 부정을 포함하며, 따라서 후자를 마음속에 떠오르는 상으로서 그리고 욕망의 상상적 대상으로서 약화시킬 것이다. 이해하는 한에 있어서, 우리는 필연적인 것만을 욕망할 수 있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