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디오니시우스 사상의 혁신적인 면은 첫 번째 가정과 두 번째 가정을 하나의 동일한 주체, 즉 신에 적용하면서 ‘보류’ 단계와 ‘발전’ 단계를 유일신의 두 측면으로 고려했다는 데 있다. 반대로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은 이 ‘보류’와 ‘발전’의 단계를 서로 구별된 근원실체, 다시 말해 존재를 초월하는 하나와 진정한 의미에서의 존재에 부여했다.

디오니시우스의 신은 사실상 보편적이고 유일무이한 원인인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모든 결과를 단순하고 불분명한 형태로나마 이미 품고 있는 신이다.

보에티우스(Anicius Manlius Severinus Boethius, 480년경~525년)는 로마의 뛰어난 정치인이자 정신적인 측면에서 후세대 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뛰어난 지성인이었다. 역사는 전기를 통해 그를 야만인들에게 박해당한 로마인으로 기억하지만 철학사적인 관점에서 보에티우스는 틀림없이 중세 사상에 기초를 마련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 중에 한 명이었다.

보에티우스의 가장 널리 알려진 저서 『철학의 위안』 에서 표명된 몇몇 입장을 고려했을 때 보편적인 개념은 현실을 설명하는 데 감각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일종의 사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감각의 인식 영역은 훨씬 더 협소한 것으로 드러난다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게 될 일들을 예견한다는 차원에서 섭리가 영원하고 시간을 초월하며 모든 것을 파악하는 신의 관점과 일치한다면, 운명은 피조물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에 종속된다는 한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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