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의 제주가 4·3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로 치달아가게 된 원인을 나름대로 탐색하면서 사건을 총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했으나 4·3은 인간의 언어로 그려내기엔 너무나도 압도적인 비참함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북토크 내내 "어두운 방 안에서 코끼리를 더듬은 격"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가 찾은 키워드는 제주의 ‘공동체주의’다. 작가는 그때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제주 공동체를 그리워하면서, 지금의 제주가 대한민국의 일부라 해도 중앙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완전한 독립’과 ‘자치권’을 얻기를 소망했다.

『제주도우다』는 항쟁이 일어나기 이전의 제주를 공들여 묘사하고 있다. 해방과 함께 갑자기 인구가 6만이나 늘어난 제주는 들떠 있었다. 주인공 안창세가 조천중학원을 다니던 1946년에는 전도의 소학교 학생 수만 2만에서 4만으로 늘었다. 일본이 물러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와 조선말을 쓰고 자치조직을 만들면서 새 나라를 세우고자 한 이들은 보통의 제주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무슨 일이든 공동체적으로 대응했으니 4·3은 해방공간에서 자주독립국가를 꿈꾸었던 민중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공동체로서 봉기한 것이라고 봐야 해요. 사실 처음 원고에는 ‘아나키즘’이라고 썼는데 교정을 보며 ‘무정부주의’라고 고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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