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기구가 어려움에 빠질 때 국민이 나서서 대신 싸워주지 않으면 그 제도는 제대로 존립할 수 없다. 이런 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면 대의기구는 도대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일이 이렇게 되면, 정부의 우두머리나 기습적으로 폭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정당 지도자 누구라도 절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순간적인 모험을 감행할 경우, 대의기구는 대개 당장 전복되고 말 것이다.

대의정부를 운용할 만한 수준에 오른 사회라면 어디서든 시민이 일정 수준의 양심과 사심 없는 공공 정신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자신들의 계급 이익이 마치 정의와 일반 이익의 화신인 것처럼 착각하지 않을 만큼 지적 분별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현대 사회에서 대의정부는 점점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굳어진다. 그 결과 한 공동체 안에서 지적 수준이 최고에 한참 못 미치는 부류의 사람들이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최상의 지성과 인품을 가진 사람이 수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밀린다 하더라도, 그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대의기구 속에 한 나라의 일류 지성 중 몇 사람만이라도 포진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들로만 채워진다 하더라도, 그리고 비록 그들이 여러 측면에서 대중의 일반적인 생각이나 감정과 다르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이들 앞서가는 지도급 인사들이 전체 심의 과정에서 확실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족한 점을 개인대표제가 보완해줄 수 있다. 현대 사회의 틀 속에서 가장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적 다수의 본능에 맞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려면 지성을 갖춘 소수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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