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 혁명, 프랑스에 공교육의 기초를 묻다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번역 총서 7
니콜라 드 콩도르세 지음, 이주환 옮김, 김세희.조나영 감수 / 살림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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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계몽될수록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할 여지는 줄어들고, 사회적 권력에 규모와 힘을 부여할 필요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는 권력과 그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적이다. 진리가 확산될수록 권력자는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잃어버린다. 진리가 힘을 얻을수록 사회가 누군가에게 지배될 필요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_ 니콜라 드 콩도르세,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p233

니콜라 드 콩도르세 (Nicolas de Condorcet, 1743~1794)는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에서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공화국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한다. 혁명 이후 신분제 사회라는 구체제로의 회귀를 콩도르세는 두려워하며 이를 막기 위해 공교육(公敎育)을 강조한다.

공교육은 시민에 대한 사회의 의무다. 만약 정신적 능력의 불균등이 원인이 되어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하게 활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렇다면 영원한 정의의 제1원칙인 ‘인간은 모두 같은 권리를 지닌다‘는 선언은 공허해지고, 그러한 원칙에 따라 제정된 법률도 공허해질 것이다. _ 니콜라 드 콩도르세,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p13

콩도르세는 무엇보다도 소수에 의한 지식의 독점을 경계한다. 특정 계층에 의한 지식의 독점화는 이들에게 특권을 보장하며, 특권은 상대적 우위를, 상대적 우위가 쌓이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신분제는 고착화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콩도르세는 공교육을 통해 최소한 모든 시민이 공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출 것을 주장한다.

무지의 시대에는 강압적 전제정치가 불완전하고 모호한 지식의 전제정치와 결탁했다. 그러한 지식은 극소수 계급에 독점되어 있었다. 사제와 법률가들, 상거래의 비밀을 틀어쥔 자들, 그리고 몇 개 안 되는 학교를 통해 배출된 의사들은 완전 무장한 전사들에 못지않은 세계의 지배자였다. 또한 화약 병기가 개발되기 이전, 전사 戰士 계급의 세습 독재도 냉병기 冷兵器를 다루는 기술의 배타적 전승을 통해 생긴 상대적 우월함에 기초해 있었다. _ 니콜라 드 콩도르세,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p15

공교육의 첫 단계에서의 목표는 한 국가의 모든 거주민들로 하여금 그들의 권리와 의무를 깨치게 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그들이 다른 이의 이성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도 자신의 권리와 의무들을 행사하고,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 첫 번째 단계의 교육만으로도 모든 시민이 공무를 임하는 데에 지장이 없을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_ 니콜라 드 콩도르세,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p67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에서 콩도르세는 여러 형태의 공교육에 대해 제시한다. 공공(公共)을 위한 교육이니만큼 콩도르세는 공교육에서 최대한 자의성을 배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없는 판단과 신념 등은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하되, 교육 대상에 따라 다양한 내용 구성을 통해 공교육의 내실을 기할 것을 주장한다. 본문에 소개된 세부 내용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공교육에 대한 콩도르세의 주장은 어려운 시기를 지내는 우리에게 여러 울림을 준다.

글의 마지막은 교권(敎權)과 관련한 본문 내용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콩도르세는 공교육이라는 공적 서비스를 강조하지만, 결코 교사들에게 무한한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다. 적절한 의무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책임을 부여하고, 스승이라는 명목으로 그들에게 무한 책임을 강조하는 시스템에 대해 분명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교사에게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 교사들은 그들에게 제기된 어려운 질문들에 대하여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제기된 난제에 대하여 기꺼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교사는 없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것을 의무로 만들어버린다면, 그는 어느 정도까지 그러한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가? 교사는 구두 질문과 마찬가지로 글로 적힌 질문들에도 대답해야 하는가? 교사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가? 모든 이들이 동일하게 같은 법의 지배를 받는 나라라면, 법으로 규정될 수 없는 의무를 다른 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부여할 수도 없는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시민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명성을 높이고 학생들의 신망과 존경을 얻고자 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욕망에 맡겨두면 어떨까? _ 니콜라 드 콩도르세, <콩도르세, 공교육에 관한 다섯 논문>,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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