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피데스는 행위자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완결된 행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던 고전적 정의正義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사람들이 최선으로 간주하는 것과 다르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결핍 상태,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뒤이어 아크라시아akrasia라고 부른 ‘자기 제어 능력의 결핍 상태’라는 개념을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했다.

아크라시아는 이성에 대한 정념의 승리를 뜻하지 않으며 의지의 박약함에서 비롯되는 결과로서의 악행에 그대로 반영되는 개념이다. 성서의 원죄 개념은 의지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신의 명령에 불복종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도덕적인 악은 선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으로 드러난다.

정확히 말해 죄란 무언가를 무엇 대신에 원하거나 사랑하는 데 있다. 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신에게, 혹은 자연적 질서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죄는 스스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스스로의 본성을 손상시키는 행위다.

헬레니즘 시대의 천문학자들이 제시했던 다양한 이론들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된다. 한편에는 우주의 지구중심설을 승리로 이끈 주전원 이론의 모형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16세기에 들어와서야 명예를 회복하게 되는 태양중심설 모형이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그의 ‘방법’을 역학에서 차용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방법론이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탐색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방법론은 실제로 새로운 공리의 탐색과 실진법을 통한 증명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에피쿠로스는 세계와 세계 안에 거하는 인간의 자리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통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의 영위를 목표로 하는 인간의 노력에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철학적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경험주의적이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감각이 현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회의주의자들의 의혹을 부인하고 감각이야말로 세상이 사실상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정확한 표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신을 그가 갈망하는 삶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었고, 모든 걱정, 근심을 떨쳐 버리는 단계 ‘아타락시아’* 에 도달하면서 자기 자신을 얼마든지 신성한 존재로 추앙할 수 있었다. 이 신성한 삶이라는 에피쿠로스주의적인 이상은 인간이 원자로 이루어진 다른 모든 존재처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언젠가는 존재하기를 그만두게 되리라는 또렷한 인식을 바탕으로 구축된다.

스토아학파의 소크라테스주의가 보여 주는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에 하나는 이른바 ‘윤리적 지성주의’의 정립이다. 이는 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필연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동반한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 속에 함축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스토아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량arete과 앎episteme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뛰어난 정신적 기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평범한phaulos 인간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현자sophos만이 기량과 앎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감성을 기본적으로 네 종류로 구분한다. 고통은 현재의 실질적인 고통에 대한 견해이며 두려움은 미래에 다가올 고통에 대한 견해다. 쾌락은 현재의 실질적인 즐거움에 대한 견해이며 욕망은 미래에 다가올 즐거움에 대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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