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철학적 사유를 인도해 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후세대들이 이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철학자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 오간 수많은 이야기들, 때로는 그를 비판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형이상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에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의 시학과 수사학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계속해서 바로크 수사학으로까지 이어졌고 20세기 중반에 들어와 영국 철학자들의 본격적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름은 논리학 분야에서 끊임없이 거론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세계로 되돌아가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많은 현대 철학자들 사이에서, 특히 현상학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자연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반적인 생각은 목적론적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은 외부적인 지성의 활동에 의해 주어지지 않으며 단 하나의 외부적인 목표를 전제로 하지도 않는 독특한 형태의 목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은 자연적인 물체 안에 내재하는 무의식적인 원리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이 원리가 다름 아닌 물리physis, 즉 자연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설명 방식은 역시 목적론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세포조직은 기관을 구성하기 위해 존재하고 기관은 기능을 목적으로 존재하며 기능은 삶의 영위를 위해 필요하다. 주로 비교를 통해 동물의 해부학과 생리학의 이해를 도모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상이한 기관들이 상이한 종의 동물들에게서 동일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에 주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포유동물의 폐와 물고기들의 아가미가 지니는 유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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