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에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이들 도시에는 지배의 흔적을 보여주는 건물들, 예를 들면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구 조선은행 본점), 중화민국총통부(구 대만총독부), 다롄빈관(구 야마토 호텔) 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물을 마주하지 않고, 먹거리와 선물에만 관심을 보이는 일본인의 자세는 우습고, 도시의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는 증거를 내보이는 꼴이다.
시대에 상관없이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과 지배가 그 국가의 사람들에게 크나큰 피해를 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와 함께 수반된 무력 충돌과 전쟁은 승패에 상관없이 양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남긴다. 허나 가해국의 사람들은 그 피해로부터 눈길을 돌리기 쉬운 법이다. 그뿐 아니라 피해를 준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을 범한다. 이것은 타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다시 일으킬 위험을 낳는다. 지금 침략과 지배를 다시 묻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 재발을 허용하지 않는 데에 있다.
. 즉, 언제든 침략과 지배를 다시 물어야한 한다. 전쟁을 겪은 세대든 아니든 그렇게 해야 하며, 이것이 새로운 것을 잃어버리는 행동은 아니다.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류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사회적 지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조선 각지에서 재료를 조달해서 지은 조선총독부 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건축 재료의 확보는 지배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