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살아온 기간을 가리키며 ‘지나간 시간’을 의미하는 ‘아이온’은 ‘크로노스chronos’, 즉 ‘측량된’ 시간, 예를 들어 날이나 계절과는 정반대되는 개념이었다. ‘아이온’은 생명력으로서의 시간이고 ‘크로노스’는 계산된 시간이다. 시간에는 ‘아이온’과 ‘크로노스’ 외에도 ‘카이로스kairos’, 즉 순간이 있다. ‘카이로스’는 예기치 않은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절호의 기회("카이로스는 모든 것의 으뜸이다." 헤시오도스, 『일과 날』, 694),

이러한 시계들의 사용을 뒷받침하는 고대인들의 ‘주기적인’ 시간 개념 옆에는 동시에 ‘직선적인’ 시간 개념이 존재했다. 이는 훨씬 방대한 시간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이른바 ‘기준시’를 정립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간 개념이다.

소리가 자연적 원리를 내포한다는 사실이 피타고라스 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이를 토대로 산술학적, 기하학적, 화성학적 비율에 대한 수학적 탐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류는 그렇게 디오니소스 살해라는 오점을 등에 지고 세상에 태어났다.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디오니소스 의례는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인류가 속죄를 구하고 이 오점으로부터 정화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오르페우스 의례에서 정화 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주제는 ‘환생metempsicosi’, 즉 사망 후에 영혼이 새로운 육신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이었다

파르메니데스와 엠페도클레스는 헤시오도스와 같은 선상에 위치시켜야 한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영감의 원천인 신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맡긴다는 점, 다름 아닌 지혜가 신들에게서 온다고 믿는다는 점, 그리고 ‘장르’의 차원에서 6행시를 선호한다는 점 등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파르메니데스가 변화와 탄생과 죽음이라는 특징에서 벗어나 있는 단일한 실재(동시에 물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실재)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실재에 대한 탐구,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는 실재들, 예를 들어 수학적인 실재들에 대한 탐구를 제안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이 전하려는 내용을 하나의 로고스, 즉 사람이 손쉽게 ‘이해할 수 없는’ 변화의 ‘규칙’이나 ‘이성’으로 상정한다. 의미심장한 것은 ‘이해력이 부족한’ 인간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 ‘axynetoi’가 신비주의 문헌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는 ‘이해력이 부족한’ 독자는 바로 신비주의에 ‘입문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헤라클레이토스에게는 유동성이 안정성만큼이나 중요했고 상반된 것들의 대립이 이들의 통일성 못지않게 중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헤라클레이토스는 극단적인 유동성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완벽한 영속성의 상징이기도 한 ‘불’에 사물의 원리가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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