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주의시대, 그러니까 제조업이 잘되던 시기에는 남녀의 성역할을 구별하는 대신에 남성 가장에게 부인이나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만한 임금을 줬다는 거죠. 적어도 중심국가에서는 성역할의 분리와 상당수준의 복지가 같이 갔는데, 신자유주의시대에 와서 그 분리를 깨고 여성들이 많이 사회진출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페미니스트 입장에서 좋게 볼 여지도 있지만, 또 다르게 보면 여성까지 다 끌어내서 더 철저히 착취하는 거란 말이에요. 옛날에 남자가 벌어오는 것을 가지고 먹고살 때보다 여성의 삶이 훨씬 더 고달파지고, 그러다보니까 조금 돈 있는 여성들은 돈 없는 여성이나 특히 제3세계에서 온 가사노동자들한테 돌봄 의무를 떠맡기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여성의 상황이 꼭 나아졌다고 보지 않는단 말이죠.

가령 유리천장 깨는 문제도 낸시 프레이저는 약간 착잡하게 봅니다. 유리천장이 좋다는 건 아니고 깨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건 유리천장 근처까지 간 사람들 얘기지 밑바닥 사람들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는 거죠. 그런 식으로 자본주의의 축적체제하고 연결해서 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아까 87년체제가 분단체제의 하위체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하위체제가 맞다고 봐요. 하위체제라고 해서 그게 분단체제에 역으로 작용을 미치는 바가 없다는 건 아니고요. 그리고 우선 나는 분단시대하고 분단체제의 시대는 똑같지 않다고 봐요.

당신들은 당신네 필요할 때 우리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호명하는가라는 점에 상당히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고요. 민족에 대한 심한 이상화, 향수 이런 것들도 실은 어떻게 보면 원형에 대한 집착이겠고, 그게 가부장제도 될 수 있겠고, 민족 이런 것들이 모두 분단효과의 굉장히 공고한 문화적인 맥락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들 감지하셨겠지만, ①부터가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비핵화라는 전제조건 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과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미국 설득도 어렵지만 국내 수구세력의 ‘아무말 대잔치’와 맹목적 행동을 어떻게 제어할까. 구체적 방안을 묻는다면 답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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