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짱깨주의를 ‘반중감정‘ 이나 ‘혐중정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대항담론조차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민의 언어 사용이다. 반중감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으로 여느 국가에서 볼 수 있다. 혐중정서는 극대화된 반중감정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짱깨주의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뿐만 아니라 신식민주의적 유사인종주의가 들어 있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102

김희교는 <짱깨주의의 탄생>은 2020년대 한국의 주도적 대중국 담론을 ‘짱깨주의‘로 규정하고 일반적인 민족주의 감정의 부정적 측면을 넘어선 정치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주목한다. 적대국으로서의 중국과 협력국으로서의 중국. 정치와 경제에서 충돌하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체제와 맞물린다.

전후체제는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시스템의 복합물이다(p51)... 전후체제는 지진지대의 단층처럼 언젠가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모순적 관계의 두 축으로 구성된 이중체제였다. 식식민주의적인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자유주의적인 키신저 시스템은 결국 상호충돌이 불가피한 모순적 성격을 지녔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53

저자는 본문을 통해 짱깨주의의 확산에는 샌프란시스코체제 아래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일부 보수세력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고, 이러한 보수반동으로 인해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편향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체제 대신 변화된 키신저 시스템에서의 동반자 관계로의 설정을 저자는 강조한다.

짱깨주의에서 탈피하여 중국을 보면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어느 국가보다도 유용하다.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절대적 봉쇄의 대상국이다. 우리와 탈식민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적대 진영을 넘어서 구축된 키신저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이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651

저자는 ‘위험한 중국‘ 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의 존재가 쉽게 위협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과거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상에 퍼졌던 ‘이것도 노무현 탓이다‘ 식의 정치이데올로기로서 짱깨주의는 분명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다만 2010년대 이후 국제공급망에서 협력국에서 강력한 경쟁국으로의 변화된 관계에서 높아진 경계심은 일정부분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한 중국공산당의 내부 통제와 이로인한 중국민족주의의 과열된 모습을 본다면 오늘날 한국의 대중국정서를 단순히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의 최선은 과도한 기대나 경계 대신 변화된 우리의 위상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G2를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를 국익관점에서 누리는 것이라 전제한다면 굳이 하나를 너무 빨리 버리는 선택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가 미국이든 중국이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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