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 지도이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땅 지도입니다. 두 지도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제작 시기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395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402년입니다. 1392년에 조선이 건국되었으니 나라를 세우자마자 하늘 지도와 세계지도를 만든 셈이죠. 이 세계지도도 새 왕조 건국과 관련되어 있겠죠? 그래서 이름도 거창하고 심오하게 지었나 봅니다.

이처럼 <대동여지도>는 중국이나 일본의 옛 지도에 없는 부호를 사용해 중요한 시설을 표시했습니다. 세계가 <대동여지도>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호를 사용한 것은 현대 지도의 개념과 같거든요.

이렇듯 <대동여지도>는 전국적으로 진보나 봉수와 같은 군사 시설, 관아나 읍 같은 행정 관청뿐만 아니라 창고, 역참, 목장 등 경제 시설까지 지도 하나에 모두 담았습니다. 부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김정호 이전에 이미 조선에는 정교한 지도를 만들어온 전통이 있었습니다. 최한기, 최성환, 신헌 같은 실력자들은 김정호의 지도 제작을 적극 후원했습니다. 김정호의 업적은 이런 토대 위에서 찬란히 빛난 겁니다.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처럼 말입니다.

위도와 경도를 쓰면서 전국 모든 지역을 같은 척도로 한데 합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서 한 일이 바로 이겁니다. 큰 지도, 작은 지도를 ‘똑같은 척도’로 그리는 거죠. 거기에다가 지도를 합칠 때 서양 기하학의 비례 방법을 썼습니다. 그래서 모든 읍과 도시 지도들이 더욱 정확하게 배치되었죠.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정상기의 백리척을 적용하고, 신경준의 방안 도법을 정리한 데 이어서 서양 기하학 방법을 세련되게 응용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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