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에서 논의하는 안건은 제규 제1조에 내건 것처럼 오로지 교육에 관계되는 학문, 기술, 사물의 이치, 일의 이치 등, 대저 인간의 재능을 풍부하게 하고, 품행이 나아지는 데 필요한 일들이다. 더군다나 기약하는 바는 오로지 후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간혹 현재의 꺼리는 것을 건드리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에 관해 논하는 일 같은 것은 본래 우리가 모임을 연 주된 뜻이 아니다. _ 모리 아리노리, <메이로쿠 잡지>, p19

미국에서 돌아온 모리 아리노리와 니시무라 시게키가 주도해서 발간한 메이로쿠 잡지. 발간 초기 연설문에서 드러나듯 이들은 개화기에 쏟아져 들어오는 서양문물을 어떻게,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기존의 제도에서 수용할 수 없다면 어느 곳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가야하는 종착지는 정해졌지만, 가는 방식은 서구의 방식을 따를 수 없었기에 지식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민선의원 선출, 처와첩 문제, 부부동권 문제, 정부주도 문제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논의가 본문에 소개된다.

우리의 《메이로쿠 잡지》의 논의는 앞으로 정치상의 일과 관계가 없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대할 수 없음이 이미 명백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모임 안에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잡지의 이름에 의지하지 말고 각자 스스로 간행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_ 후쿠자와 유키치, <메이로쿠 잡지>, p25

그렇지만, 현실문제의 궁극적 해결안을 갖고 있는 것이 정치이며, 정치를 배제한 이들의 논의는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1875년 이후 발간되지 않는다. 지식인의 고민과 정치적 한계를 잘 보여주는 <메이로쿠 잡지>를 통해 독자들은 일본 개화기에 벌어진 백가쟁명과 치열한 고뇌의 결과가 낳은 일본 번역 문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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