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2010 - 제6판
미셸 보 지음, 김윤자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탄생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중요성이며 또한 이것은 자본주의 형성의 국가적 특성과 관련된다. 부르주아지가 없다면 자본주의가 있을 수 없다. 부르주아지는 국가 실체가 형성되면서 국민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강대해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자본주의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도 점차 창출되어 틀이 잡히면서 길들여져간 것이다. 끝으로, 지배적인 자본주의와 승리한 부르주아지의 지리적 활동 범위는 세계가 되었다. 부르주아지는 세계적 규모에서 노동력과 원료를 확보했으며 세계적 규모로 물건을 팔고 거래하고 약탈했다. _ 미셸 보,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 p88

미셸 보 (Michel Beaud, 1935 ~ )의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 Histoire du capitalisme : 1500-2010>가 다른 경제사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점이라 여겨진다. 다른 책들이 경제사상사 또는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대항해시대 이후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서양사를 보여준다면,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는 경제사상사와 함께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 - 노동자, 기업, 국가 - 의 역학 관계를 시대별로 보여준다는 것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10년대까지 경제사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복잡하게 얽힌 노동조합과 회사 그리고 노동자 착취를 통해 형성된 거대자본과 곁락한 국가의 구도가 저자 미셸 보가 바라보는 기본 관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시대상을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을 도출하는데 기본틀은 마르크스의 이론에 따르고 있다. 저자는 16세기 이후 주력 업종은 16~18세기의 면직물 매뉴팩처, 19세기의 비철금속과 뒤이은 제철 대기업, 자동차공업과 전기공업, 이어서 정보와 원격통신 대그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되어왔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원리는 일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어서 '생산양식'으로 환원될 수도, '경제체제'로 환원될 수도 없다. 그것은 희망하거나 계획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역사와 이행과 변형을 거치면서, 다른 생산형태와 예전에 존재했던 낡은 활동과 낡은 사회형태, 그 자원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활동과 새로운 시장, 새로운 욕구를 창조해내는, 구조화/탈구조화의 두 작용을 하는 복합적인 사회논리가 작동한다. 그 논리는, 끊임없는 변형 속에서, 지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상업적이고 화폐적인 생산적 총체성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점점 더 분명하게 자신이 형성된 사회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총체성, 그것을 우리는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_ 미셸 보,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 p503

저자는 21세기 들어 나타난 자본주의의 모습을 과학기술자본주의로 규정한다. 첨단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기업-대학-국가가 연합하여 소비자들을 계몽시키고, 미래의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 속에서 초거대기업들은 각자 저마다의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하며 세계화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류는 유례없는 불평등과 자연파괴로 인한 자원고갈과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저자의 진단이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새로울 것은 없지만 16세기부터 저자가 추적해온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현실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마치 오랜 기간 동안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성장 위주로 진행되어온 자본주의의 역사는 지금 우리 앞의 현실이 '수많은 위기 중 하나'가 아닌 '한계상황'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현재 진행중인 현상의 본질은 이중의 변화인데, 물적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엄청난 에너지 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자본주의가 '후기산업' 자본주의로 상대적으로 후퇴하면서 끝없이 과학과 기술의 진보와 잠재력을 촉진하고 내일의 욕구와 소비를 발명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끌어가는 것, 요컨대 과학기술자본주의이다. _ 미셸 보,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 p494

극도의 불평등을 내포하는 극도의 빈곤은 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물에 대한 접근과 사용, 영양/보건/교육/주거/위생, 생태 변화 그리고 환경 악화와 기후 변화의 효과에 대응하는 능력 등등의 삶의 온갖 수준에서 옭아매고 있다. 인류 일부가 빈곤과 궁핍,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요컨대 불평등은 세계의 주요 불행의 근원인데, 이 불행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너무도 부족하다. 더욱더 심각해지는 불평등의 근원을 없애기 위한 어떤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주요한 불평등은 세계적인 초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경제적 비중과 불안한 권력이다. _ 미셸 보,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 ~ 2100>,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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