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스커넥트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로버트 맥체스니 지음, 전규찬 옮김 / 삼천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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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상업주의 뉴스 미디어와 정치적 민주주의 저널리즘, 이 두 가지 요구 조건을 절충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57


 로버트 맥체스니 (Robert W. McChesney, 1952 ~ )는 <디지털 디스커넥트 Digital Disconnect: How Capitalism Is Turning The Internet Against Democracy>을 통해 인터넷(Internet)의 출현이 뉴스 미디어 시장의 두 측면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중 어느 편에 힘을 실어 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다.


 자본주의는 무엇보다 불평등과 독점, 지나친 상업주의, 불황을 조장하며, 이 모든 것들은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좀먹는다. 특히 불평등과 독점, 지나친 상업주의는 대중의 탈정치화를 부추긴다.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정치과정으로부터 소외되기 십상이다. 인터넷의 출현이 자본주의 경제가 불러온 이런 반민주적인 요인들을 누그러뜨릴지 따져 보아야 한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61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우리는 이들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을 통해 혼합해서 사용하지만,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와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는 사실 배타적인 측면이 강하다. 시장경제의 발달로 인해 독점(獨占), 과점(寡占)화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구심력(求心力)으로 작동한다면, 정치권력의 분권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체제는 원심력(遠心力)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향점이 다른 두 체제를 유지하는 힘에 인터넷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자본주의 이전에 (민주주의는) 늘 이런 식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민주주의란 재산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힘을 부여하는 체제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불평등한 재산 소유는 민주주의 운명에 반하는 적수로 간주되었다. 뒷날 민주주의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출현했을 때, 사실 부유한 자산 소유자들이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투쟁을 이끈 경우는 드물었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06


 저자는 본문을 통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투명한 정보의 공유를 통한 민주주의의 수단으로서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공재로서 투명한 정보 대신 지적재산권으로 사유화된 콘텐츠와 소수 대자본에 의해 점유된 플랫폼 등은 기존 저널리즘의 한계를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현실진단이다. 


 광대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의 불평등이 디지털 시대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로 21세기가 열렸지만,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꺼지듯 우리의 기대도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는 같은 공중파 뉴스를 통해 같은 정보에 대한 다른 해석이 주요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원천에서 취득한 정보의 사실성이 주요 쟁점이 되버렸다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과거보다 퇴보한 듯하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디지털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책이 던진 물음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디지털 혁명의 엄청난 약속들은 인터넷의 발전을 자본주의가 전유해 버리면서 상당 부분 상쇄되어 버렸다. 인터넷이 지닌 개방성과 기업 수익성이라는 폐쇄적인 시스템 사이의 상당한 모순에 관해, 힘을 가진 자본은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그 자체의 명료한 논리를 갖춘 인터넷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민주적인 잠재성과 상당 부분 대치되는 자본 축적의 과정에 종속되어 버렸다. _ 로버트 W.맥체스니, <디지털 디스커넥트> , p176

집중화는 디지털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수익률이 너무 낮고 새로이 이용자를 추가시키는 한계비용이 제로인 탓에, 수익은 오직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인터넷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한때 다양성과 선택권 그리고 경쟁의 대리자로 간주되던 게 어느덧 독점의 엔진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 P332

디지털 기술은, 한 사회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과 자본주의 아래에서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사이의 격차라는 문제를 최종적으로 한 번 더 부각시킬 수 있다. 인터넷은 궁극적인 공공재이며 폭넓은 사회 발전에 더없이 적합하다. 희소성을 없애 버릴 뿐 아니라 민주주의 쪽으로 상당한 경향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은 또한 그 이상의 것이다. 그렇지만 실재하는 자본주의에서, 이처럼 예상 가능한 혜택 가운데 널리 전파될 뿐 아니라 제대로 실현될 수 잇는 것은 거의 없다. 기업 시스템은 기술을 자신의 목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만 제한하고자 할 것이다. - P393

오늘날 저작권은 그 자체가 엄청나게 큰 시장으로 변모했다. 저작권은 어느덧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독점권을 보장해 주며, 미디어 복합기업들에게 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장치로 전락했다. 요컨대 저작권은 우리들의 공통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사유화를 조장하는 주된 정책으로 전락했다. - P147

정부 규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게 되어 버렸다. 이게 바로 새로운 공익 개념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탈규제란 사실상 "가장 규모가 큰 기업들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재규제"에 다름 아니다. - P192

경제에서 군사비 지출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진 것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장에 그 어떤 제품도 내놓지 않으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제공하는 게 바로 이 군사비이다. 군사비 지출은 생산의 분명한 자극제이자 불황의 해독제가 된다. 특히 예산의 더 많은 부분이 점차 아웃소싱되면서, 군비 지출은 군수 관련 계약을 얻어 낸 기업들에게는 예기치 않은 횡재가 된다. 아울러 군비 지출은 미국 내 고급 기술 연구개발 지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왔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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