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는 소진과 장의에게 유세를 전문으로 가르친 종횡가지만, 도가사상(道家思想)이 성행하는 위진남북조시대에 이르면 신선방술지사로 인식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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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설에서는 군사 전문가인 손빈(孫?)과 방연(龐涓)까지도 귀곡자의 제자라는 이야기가 있어 병가(兵家)와도 관계되어 있으며, 심지어 점치는 사람들까지도 귀곡자를 끌어다 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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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세상에서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도(道)가 동일했다. 그렇지만 사물은 변화가 무궁해 각기 귀의하는 바가 있다. 어떤 것은 음(陰)이고 어떤 것은 양(陽)이며, 어떤 것은 부드럽고 어떤 것은 굳세며, 어떤 것은 열려 있고 어떤 것은 닫혔으며, 어떤 것은 느슨하고 어떤 것은 팽팽하다.

음양이 서로 추구함은 패합의 길을 통해서다. 이것이 천지간 음양의 도이며 사람들에게 유세하는 방법이다. 이것이야말로 만사를 처리하는 선결 조건으로, 이것을 ‘각종 수단 변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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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한다.

언어의 상징이라는 것은 어떤 사물을 상징해 나타내는 것이며, 사물의 비교라는 것은 사물을 표현하는 언사(言辭)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형상이 없는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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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써 소리가 있는 언사를 탐구하는 것이다. 상대의 감춰진 생각을 유도해 내는 말이 사리에 부합하면 그 사람의 실제 정황을 얻어낼 수 있으니, 이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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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을 쳐놓고서 짐승을 잡을 때 짐승이 모이는 곳에 그물을 많이 설치해 두고 기회를 엿보는 것과도 같다.

대상이 크든 작든 간에 또한 책략을 올리든지 물리든지 간에 그 운용의 원칙은 매한가지다. 반드시 먼저 도모하고 고려해 계책이 정해지면 그 이후에 비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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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써서 이를 시행한다.

지혜로운 자와 이야기할 때에는 박식함을 드러내야 하며, 우둔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분별하기 쉽게 해야 하며, 말 잘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간단히 핵심을 찔러야 하며, 존귀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기세에 의지해야 하며, 부유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고아함을 드러내야 하며, 빈궁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이익에 근거해야 하며, 지위가 낮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겸손에 의지해야 하며, 용감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과감한 결단을 드러내야 하며, 과실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예리함에 기대야 한다. 이상의 것들이 이야기하는 기술인데 사람들은 항상 이러한 규율을 위반한다.

군주가 물어야 할 범위는 첫째 하늘, 둘째 땅, 셋째 사람이다.

도는 만물을 창조하고 하늘을 낳았으며, 무형의 화육(化育)의 기를 포용하고, 천지 이전에 형성되었는데, 누구도 그 형체를 보지 못하고 누구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기에 그것을 신령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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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도는 신명(神明)의 근원이며, 하나[一]는 도의 변화의 실마리니, 이러한 까닭에 덕으로 오기(五氣)를 기르고 마음속에 하나[一]를 지킬 수 있어야 비로소 도술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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