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수능 출제기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딜레마다. 대통령은 과목융합형 문제를 콕 집어 비판했는데, 교육과정상 고교 교육 성취도를 온전히 평가하려면 교과 융합적 사고력을 물을 수밖에 없다. 출제자는 교육과 평가의 불일치를 감수하거나 대통령 뜻을 어겨야 한다. - P15

다양성은 공정한 입시나 사교육비 경감보다 더 무거운 의제이며, 그 기원은30여년전 5·31 교육개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학력고사 체제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데 사회 전반이 합의했다. 그때 정치와 관료, 학자들이 구상한 대안을 역행한 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다.  - P15

킬러 문항은 비교육적이고 나쁜 문제다. 없애는 건 옳은 방향이다. ‘킬러 문항을 없애면 쉬운 수능이 된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과정 안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출제해도 충분히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킬러 문항 제거 못지않게 교육 현장의 안정성 또한 중요하다. 수험생은 고등학교 3년간 학습 계획과 입시 전략을세운다. 시험 5개월을 앞두고 이런 지침이 나오면 ‘수능을 위해 준비해온 시간 전부가 흔들린다‘고 여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혼란을 부르고 수험생들을불안한 상태로 몰아간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 P16

그는 런던의정서 준수그룹 부의장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런던의정서 제2조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총회 등에서 제기했고,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져올 환경에 대한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전주의‘ 접근에 따라 오염수의 해양 방류 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0

임대인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서도 타인의 돈(보증금을 갚지못한다면 자신이 가진 재산, 즉 주택을 처분해 타인의 돈을 상환해야 한다. 지난 3월 이전까지만 해도 이는 상식일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규정상의무였다. 규제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2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나머지 주택 한 개를 의무적으로 처분해야 했으며, 3주택 이상을 가진 경우엔 대출이아예 금지됐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하지말고, 가지고 있는 주택을 처분해 문제를해결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올해 3월이와 같은 규제가 일괄적으로 폐지됐다. 집이 몇 채가 있든,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지 않고 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반환하는일종의 ‘돌려막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 P29

임재만 교수가 보기에 임대인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이유는 집값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비쌀 때 빨리 주택을처분하는 것이 이득이다. 반대로 주택을 팔지 않는 데에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버티다 보면 언젠가 집값이 오를 것이고 그때 차익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깔려 있다는 것이 임 교수의 분석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정부의 DSR 규제 완화는부동산 불패 신화를 강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 P30

면다만 어려움이 있다. 5일장 상인 등가 이동상인 대부분이 법 제도의 바깥에 존재한다. 5일장이 아무리 유구한 세월이어져왔어도 그곳에 개발계획이라도 한번잡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을 만큼위태로운 토대 위에 서 있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대부분의 5일장과 이동 상인들은도로교통법, 식품위생법, 소득세법 등을위반한 불법 공간 속 범법자가 되어버린다. 푸드트럭이나 아파트 단지 알뜰장터도 여전히 ‘비공식 영업‘ 상태로 운영되는곳이 많다. 그런 공백 가운데 일부 선을넘은 상술 사례가 눈에 띄면 이동 상인전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 P40

어떤 내용이길래 가장 앞선 형태의규제라고 하는 걸까. 핵심은 이 법안이 AI시스템을 그 위험(risk) 정도에 근거해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대응책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P45

인건비나 효율성을 근거로 AI 시스템을 채택하는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늘고있다. 1980년대 영화 속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유럽연합의 AI 법처럼 촘촘한 규제를 만들어 선제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약한 고리를 의도적으로 찔러봄으로써 보완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 P46

그의 유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빼놓을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반대파들도 인정한다. 유산이라는 게 온전치는 않고정의당도 상황 자체는 좀 어려운데들여다보면 NL과 PD 계열이 같이 있다. 여기에 자유주의 계열의 ‘참여‘도 있고최근에는 페미니즘도 보인다. 다양한 입장들이 있으니 진보적 다원주의를인정하고 사민주의로 가자는 게 노의원의 생각이었다. ‘멜팅(용광로)‘처럼섞여 있지만 당이 리더십을 발휘해화학적 결합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노 의원이 고민을 많이 했다. 노회찬이라는 남다르게 훌륭한정치인도 못해낸 걸 보면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 P53

평전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이길 바라나?
내 바람과 무관하게 각각의 몫이 있을 것이다. 진보 정치인, 세상을바꾸는 혁명가로 인정해줄 측면도있지만 그보다 삶과 연관해 생각해볼 수있을 것 같다. 마지막 선택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기가 쉽지는 않은데, 본인의 기준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살다 떠난 사람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직업으로 삼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조건 중 하나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 때문에 그렇게 됐으나 그의 삶전부가 재해석될 필요는 전혀 없다. - P53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관점에서는 재규어, 바질, 거미도 원래는인간이었다. 인간의 영혼은 다른 몸에 스며들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우리 집에 있는 바질은 인간의 영혼과 식물의 몸을 지닌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바질도 기억과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건 식물의 몸에 맞게 변형되어나타난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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