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의 세계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콜럼버스가 제1차 항해를 시작한 1492년의 세계와 달랐다. 첫 번째로 다른 점은, 1492년의 유럽인들이 화기와 대포를 소지해 그들과 마주치는 사람 거의 모두를 무력화할 수 있었던 반면에, 1000년의 여행자들은 과학기술적 수준이 비슷해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다. 1000년에는 교역의 주체도 1492년과 달랐다. 호황을 누린 곳은 중국이나 중동과 같은 세계의 일부 지역이었을 뿐 다른 지역, 특히 유럽은 뒤처져 있었다.

1000년 무렵에 각지의 사람들은 서로 간의 관계망을 수립했고 그것이 세계화의 다음 단계에 필요한 무대가 되어, 1500년대에 유럽인들은 기존의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개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세계화는 유럽인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기존에 있던 것을 바꾸고 증대시킨 것뿐이었다. 세계화는 그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유럽인들은 그 많은 지역에 그토록 빨리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인구가 2억 5000만 명에 달한 것은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본국을 떠나 이웃 나라 영토로 간 탐험가들이 인구가 적었던 이전 시기보다는 아무래도 사람들과 마주칠 개연성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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