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오히려 87년체제 이전으로 퇴행하는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는 이 정부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정부의 집권 자체가 촛불혁명이 야기한 ‘변칙적 사건’이라면 이 ‘변칙’을 바로잡는 것도 촛불혁명일 수밖에 없다 싶어요. 대전환의 중장기적인 과제는 무엇보다 막바지로 갈수록 포악해지는 자본주의체제에 적응하면서 극복하는 일입니다

저는 대전환의 뒷면은 대환란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전쟁 위협과 전쟁·분쟁은 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생태 위기 같은 더 큰 위기들에 맞닥뜨려 있잖아요. 정치가 엉망인데 기후위기까지 가중되면 사람들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나라가 되고, 이주와 난민이 대거 발생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수단이나 예멘 등 아프리카와 중동 사람들의 유럽행 난민은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에도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저는 우리 사회로 들어오는 이주민도 늘어날 거라고 봐요. 이미 많은 이들이 노동자로 오고 있고, 출생률 저하를 고려하면 이주민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고요. 그래서 돌봄·생태·젠더 등 기존의 여러 의제와 더불어 이주와 난민 문제도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복지’(social welfare)라는 단어가 한번도 안 들어가더라고요. 반면 우리는 장애인 관련 정책을 펼친다고 하면 아직도 ‘약자’ 운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의에서 출발한다 해도 장애인을 약자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에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는 무의식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장애인권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미(未)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는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 노화 등으로 장애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기보다는 장애인과 미장애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주장에서 나온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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