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 또 하나의 초강대국은 탄생할 것인가
모리 가즈코 지음, 이용빈 옮김, 정승욱 감수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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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하는 정책, 변하지 않는 제도'가 현대 중국의 특질이라고 한다면 현란한 정책 변화에 의해 눈을 어지럽힐 필요는 없으며, 제도 및 가구가 변화되었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정책을 '용'으로 삼고 제도 및 기구를 '체(體)'로 상정한다면, 전통 중국에서의 '용'과 '체'의 관계에 가깝다. 전통 왕조도 '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대단히 싫어했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37


 모리 가즈코(毛里和子, 1940 ~ )교수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現代中國 內政と外交>에서 중국 정치와 외교의 보수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중국의 역대 왕조와 크게 다르지 않게, 제도와 기구라는 하드웨어(hardware)는 크게 손대지 않고, 공산당의 정책(sotfware)만 변화해온 중국 정치(政治)와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중화(中華)사상의 연장선에 있는 중국 외교(外交)가 저자가 생각하는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현실이다.


 본질적으로 하자면 중국외교는 보수적이다. 강한 언사는 '공격으로 수비를 삼는다'는 양동 작전이라고 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은 실로 화려한 외교를 전개하며 국력상의 약함을 커버해왔던 것이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168


 저자는 중국의 정치체제를 당(黨)을 중심으로 한 국(國)과 군(軍)의 집합체로 본다. 다수의 공무원과 군인들은 당원으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국가가 '50%+a' 이상 주식을 소유한 국유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의 임원들 역시 다수가 공산당원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철저한 엘리트 지배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안에서 결국, 공산당이 지키고자 하는 체(體)는 '당-국가-군'의 삼위일체(三位一體)로 여겨진다. 


 현대 중국 권력의 안정적 지속은 모두 당(중국공산당), 국가(의회, 정부, 사법기관), 군(중국인민해방군)의 '삼위일체 체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지속적 고도성장과 글로벌 대국화를 가능케 했던 최대의 요건은 국내 거버넌스의 안정, 리더십의 일체성, 경제체로서 지방정부의 활성화 등의 정치적 요인이 크지만, 특히 중국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당, 국가, 군의 삼위일체 체제에 결정적인 틈새가 생겨나지 않는 것이 지속적 성장을 밑받침했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38


 다른 한편, 저자는 외교에서 중국은 '자신- 주변'이라는 자국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국력이 약했던 과거에는 화려한 동맹 외교로, 국력이 신장된 2010년대에는 '핵심적 이익' 수호로 외교정책은 변화되어왔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G2에 해당하는 국력을 갖춘 오늘날에도 중국의 외교는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비록, 보다 활발해진 군사 무기 수출과 자원 확보를 위한 움직임 등이 과거보다 적극적인 외교 행보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선제적 공격'을 통한 방어 전략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팡중잉(龐中英, 난징대학)도 다음과 같이 매우 흥미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즉, "중국은 장기간 지역 수준에서 자신과 아시아의 관계를 처리해오지 않았다. 주변과 중국과의 두 나라 간 관계의 연쇄의 결과로서 아시아를 고려해왔다", "중국의 아시아 인식은 주변과 자기이며, 아시아 속에 융합되는 것으로서 자기인식이 아니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140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수호해야 할 국가이익을 '핵심적 이익'으로 천명하게 된 것은 2009 ~ 2010년에 남중국해, 동중국해의 해양 이익을 둘러싸고 중국이 주변의 관계국들과 충돌하기 시작할 무렵부터이다. 2010년 말 외교 담당의 국무위원 다이빙궈(戴秉國)는 다음의 세 가지를 '핵심적 이익'으로 규정했다. 1) 국체, 정체와 정치의 안정(중국공산당의 영도, 사회주의 제도, 사회주의의 길), 2) 주권의 안전, 영토 보전, 국가 통일 3) 경제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기본권 보장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180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정치와 외교를 보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체제로 규정한다. 이러한 정책의 기원이 과거 중국공산당이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몰아내던 시기의 체(體)에서 나오는 거버넌스(governance, 治理)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면, 과거와 다른 몸집과 힘을 갖춘 오늘의 대국(大國)통치에는 분명 다른 정체(政體)가 요구될 것이다. 


 현재 중국의 레짐이 다양한 민주주의적 의태로 외양만 꾸민 것이라해도 집권도와 지배도가 강력한 당/국가가 일체가 되고 있다는 숨길 수 없는 '권위주의 체제'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 체제의 역사적 역할이 사실상 이미 끝났고 객관적으로는 탈권위주의가 당분간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274


 그렇지만 마오쩌둥의 당정불분(黨政不分) 상태에서 덩샤오핑의 당정분업(黨政分業)으로 옮겨간 후, 1987년의 자오쯔양의 당정분리(黨政分離)가 실패하고 다시 당정분업으로 쇠퇴했으며, 2023년 시진핑의 3연임으로 다시 한 번 당정불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저자가 지적한 탈(脫)권위주의라는 과제는 뒤로 밀린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더해 최근까지 중국 공산당이 달성한 경제 성과 등은 다수 인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에 중국 정체에서의 권위주의적 특성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에 대해 비록 서구 민주진영은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정작 중국인민들의 시각에서는 80대 바이든, 펠로시 등이 지금도 건재한 미국 등 서구 정체가 천안문 당시 비상 소집된 '팔로 회의'만큼 위기상황의 체제로 비춰지지 않을까.


 중국 정치에서는 비상시 개인 독재자 아래에서 대단히 비제도적인 정책결정이 행해졌으며, 중앙정치국을 떠났던 8명의 연령이 80세가 넘는 노인들에게 최종 결정이 위임되는 등, 실로 비상 수법이 사용되었다. 한편 상시에 특히 일상적인 사항 및 정책 문서는 관료기구와 '문서 정치'가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_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의 정치와 외교>, p79


 공산당의 권위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의 엘리트 체제의 대립이 오늘날 미국과 중국 지도부의 특성을 요약한 것이라면, 소수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손을 잡는 것도, 대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동안, 입으로만 '자유, 자유'를 외치며 천둥벌거숭이 마냥 날뛰는 철없는 어느 국가 지도자의 행동이 더욱 딱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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