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 소득보전직불제(변동직불제), 쌀생산조정제 (논에 작물 재배지원) 같은 제도를 운용해왔다. 변동직불제를 통해쌀값이 일정 금액에 못 미치면 정부가 이를 보전해줬고, 생산조정제를 통해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함으로써 쌀 과잉생산을 방지하려 했다. 쌀에 관한 한 한국정부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온 역사가 있다. 이번 양곡법 정국의 도화선은 ‘의무화‘였다.  - P13

양곡법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징후적이다. 우선 국내 정치사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농민을 홀대하는 정부·여당은 없었다. 과거 정부 역시 농업 예산비중을 계속 줄이고 청와대 농업 담당 비서관을 오랫동안 공석으로 두는 등 농정에 무관심했지만, 적어도 문제가 불거지면 농민의 눈치를 봤다. - P14

또 하나는 쌀을 ‘시장재‘로 바라보기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쌀 소비량과상관없이 남는 쌀에 막대한 혈세를 들인다"라는 표현은 지금껏 없던 말이다. 국내에서 쌀은 시장재가 아니라 ‘정치‘였다. 시장질서와 상관없이 보호해야 할 ‘가치‘였다. 이제 그 가치가 ‘정치권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 P14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쌀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보루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불과하지만 그나마 쌀 자급률이 90%를넘기 때문에 (2020년 기준 92.8%),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우리는 쌀이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참을 만했던 거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되면 곡물자급률이 20%에지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많은 국민은 ‘식량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쌀을 지키는 비용을 낭비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 P18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성장주의자 시각에서 보면 고작 2%에 불과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모두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고유의 먹을거리·자연경관·지역문화가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완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돌아섰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농촌이 보이겠나. 지금 시대에 오랜 성장주의 담론의 고리를끊어내야 하는 게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일인데 요원해 보인다. - P19

사실 이번 사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잘 지키기만 했어도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당시 쌀 변동직불제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이 하락할 거라는 농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수급 상황을 감안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게 현재의 양곡관리법이다. 그런데 농림부장관이 초과매입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아서 쌀값이 45년 만에평균 20% 가량 폭락했다. 농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놀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지금 사태의발단이다. 양곡관리법의 규정만 잘 지켰으면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 P19

"윤석열정부가 친미의 깃발로만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그러한 기본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상이 ‘친미‘와 ‘반미‘로만 나뉘지 않는다. 도감청사건을 지금처럼 대응하는 것은, 이번 사안을 너무 값싸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심지어 한국은 미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아니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미국인 것과는 비견된다. 미국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 P22

IAEA라는 기구의 설립 목적 자체가 핵의평화로운 ‘사용‘을 장려하고 원자력산업발전을 촉진하는 일이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고 감시하지만, 원자력발전과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위험과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있도록 각 국가에 일종의 ‘컨설팅‘과 ‘지원‘을 제공해주는 역할이 더 크다. - P26

IAEA 검증의 한계는 명확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와 관련된 모든 위험과 안전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검증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과 그 이행 과정이 IAEA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판단의 근거는 대부분 일본 측이 제공하는 자료들이다.  - P26

현대차로서는 굳이 생산직을 뽑지 않아도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정규직과 달리 사실상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임금도 낮았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법상 일을 시키면서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파견‘이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이 불법이다.  - P34

북한은 ‘정면돌파, 자력갱생‘을 군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도 전술핵무기와 ICBM 성능향상,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전략핵무기개발, 극초음속 미사일과 군사위성 등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다. - P44

‘윤리적 AI‘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문제는 AI의한계가 아니다. 한계가 큰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이 문제다. 기권을 할 수도, 상대를 설득할 수도 없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우리는 이제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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