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가 보기에 소설은 여성들의 장르였다. 소설은 희곡이나 시에 비해 전문교육이 필요하지 않으며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기 수월했다. 다른 전통적인 장르들이 이미 굳어지고 결정된 형태였던 데 비해 소설은 유연하고 새로운 장르였기 때문에 여성은 소설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여성 예술가들을 옹호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울프는 예술에서 남성도 여성적인 것을, 여성도 남성적인 것을 다루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의 광대함과 다양함을 고려하면 두개의 성(性)도 부족한데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이해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이해가 편을 가르거나 제한되는 것은 그다지 유익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들 사이의 돌봄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고 있다. 돌봄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은 한국사회에 요청된 중요한 과제다. 김유담의 『돌보는 마음』(민음사 2022)은 가족 안에서 여성과 돌봄노동의 조건들을 첨예하게 다룬다.

「돌보는 마음」은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페미니즘의 ‘돌봄의 윤리’가 처한 곤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돌봄은 인간이 서로를 의존하는 토대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매진하느라 돌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주장하지 못했으며 돌봄은 일 주위에 알아서 욱여넣어야 하는 것이 되는 한편 돌봄을 분담하려는 남성도 늘어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자기만의 방』 이후 약 십년의 시간이 지나 울프는 『3기니』(Three Guineas, 1938)에서도 기득권을 쥔 남성들이 보지 못한 세계와 전쟁의 참상들을 말한다. 울프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매우 중요한 연결이 존재함을 알리며 무너진 집과 부서진 담장에서 처참하게 깨진 연결의 파편들을 응시한다. 그는 분노의 정념을 넘어, 다른 성에 대한 적대감을 넘어 공동의 삶을 위한 협력을 먼저 제안한다. 지금 가족 이야기를 다시 쓰는 여성서사는 공동의 삶을 위한 돌봄을 모색하고 소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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