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주의가 어떤 것인지 대략의 윤곽을 보여주는 것으로 니체가 존경했던 문화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의 서문을 들어볼 수 있다. 부르크하르트는 서문에서 이 책의 서술 내용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서 본 해석일 뿐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니체에게 진리란 무엇인가. 니체는 유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리란 그것 없이는 특정한 종의 살아 있는 존재들이 더 이상 살지 못할, 그런 오류의 한 양식이다." 이 문장에서 니체는 진리란 일종의 오류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어떤 진리도 영원하고 절대적인 진리일 수 없기 때문에, 실상 어떤 관점에서, 어떤 해석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진 것,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오류의 일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오류가 우리 삶에 필수 불가결한 것, 절대적으로 유용한 것이어서 진리로 간주되고 신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데카당스란 무엇인가? 니체에게 데카당스란 강한 인간에게서 힘을 빼앗고, 약한 인간을 승리하게 만드는 모든 경향이다. 강자의 권력의지를 부식시키고 부패시키는 약자의 도덕, 약자의 사상이 바로 데카당스의 핵심이다. 퇴폐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문란하고 비도덕적인 삶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적이고 양심적이고 선한 삶이 데카당스의 핵심에 들어 있다. 결정적으로 그것은 기독교의 최고 덕목인 ‘연민’, 곧 약한 자들을 껴안는 마음이다.

니체가 말하는 우상이란 무엇인가.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우상’을 가리켜 "이상을 표현하는 내 단어"‘서문’, 2절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니체는 사람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모든 것을 ‘우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모세의 백성들이 황금 송아지를 우상으로 섬겼듯이 지금 사람들이 이상을 우상으로 숭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이 우상일 뿐임을 폭로하는 작업은 어찌 보면 전 생애를 관통하여 니체가 했던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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