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공산당 기층조직, 특히 당 지부 위원회에서는 당서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당서기는 당 지부 전체의 업무를 주재하고, 당 지부 위원들의 직무 수행을 지도하고 감독한다. 당 지부 설립과 발전도 당서기가 책임진다. 또한 당서기는 당원대회와 상급 당 조직에 해당 당 지부의 업무를 보고한다

공산당은 기층 당서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incentive) 제도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우수한 기층 당서기 가운데 상급 조직인 향·진·가도의 영도간부를 선발하거나, 기층 당서기 가운데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층 당서기는 매년 상급 당 조직에 자신의 업무 수행 상황을 보고(述職)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주요 안건이 당대회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은 정치 엘리트의 합의와 사상통일이 완료되었음을 뜻한다. 동시에 당대회에서 통과된 인선안은 합법성을 갖기 때문에 신임 지도자들은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공산당 발전에는 평당원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공산당의 중앙조직과 지방조직, 이를 뒷받침해주는 기층조직의 활동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당원뿐만 아니라 간부 당원, 특히 중앙의 최고 지도자와 영도간부의 활동은 공산당의 발전 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사실을 담고 있다. 공산당원이 없는 공산당 조직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산당원 가운데 ‘관리기술직’의 비중은 계속 증가했다. 1971년 통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전문기술직’ 당원은 전체 당원 중 3.26%를 차지했고, 1980년에는 7.52%를 차지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그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즉 2008년 ‘관리기술직’은 22.2%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27%를 차지하여 농어민(27.1%)과 거의 비슷한 직업군이 되었다. 이는 개혁기에 들어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 특히 기술관료(technocrats)를 대거 입당시키면서 나타난 결과다.

1990년대 이후에 입당한 당원은 개혁·개방의 이익을 경험한 세대로, 이들에게는 이전 세대들이 가졌던 이념적 지향이 매우 약하다. 이들 눈에 공산당은 ‘혁명의 도구’가 아니라 ‘실용의 도구’일 뿐이다. 이는 2010년에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6 다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산당원의 수입이 높고, 승진이 빠르며, 교육 혜택이 더 큰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학자마다 다르다. 첫째는 정치자산 효과(political capital effect)다. 이에 따르면, 공산당원이라는 정치자산을 획득하면 공산당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의 혜택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다. 둘째는 자기 선택 효과(self-selection effect)다. 이에 따르면, 공산당원은 당원이 되기 전부터 원래 우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공산당원이라는 정치자산의 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각종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대부분 학자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정치자산 효과를 주장하고, 소수의 학자만이 자기 선택 효과를 주장한다.13

‘시진핑 사상’은 미래 지향형 이념이다. 즉 과거에 이룩한 업적에 근거하여 정당성을 인정받은 지도이념이 아니라,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당성을 인정받은 지도이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사상’은 앞으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 강화된다면, 공산당-국가 관계에서 공산당만 있고 국가는 없는 문제, 궁극적으로는 마오 시대의 ‘통합형’(일원화) 영도 체제와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의법치국 원칙이 공산당 영도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계속 강조될 경우, 법원과 같은 사법체제가 공산당 통제에 완전히 종속되어 ‘법치 수호의 보루’ 역할을 전혀 담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원칙이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발휘할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진핑 시기의 ‘공산당 전면 영도’ 강화와 마오쩌둥 시대의 그것을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사용하는 용어는 비슷하지만, 실제 내용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오 시대의 ‘공산당 전면 영도’는 의법치국과 의법집권 원칙이나, 다른 정치 제도화 정책과 함께 추진되지 않았다. 그 결과 시간이 가면서, 특히 1958년 대약진운동의 추진과 함께 정치권력은 공산당으로 집중되고, 국가기관은 공산당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하는 ‘통합형’ 혹은 ‘일원화(一元化)’ 영도 체제가 수립되었다. 또한 엘리트 정치에서는 마오가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모든 주요 문제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일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었다. 결국 공산당 영도 체제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경제적 정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공산당의 관점에서 볼 때, 이데올로기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공산당의 권력 독점이 왜 필요하고 정당한지를 설명함으로써 당내에서는 조직 응집력을 강화하고, 당 밖에서는 공산당 영도 체제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데올로기는 공산당 통치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선전과 사상공작을 "공산당의 모든 공작의 생명선(生命線)"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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