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마주한 복합적인 위기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우려스럽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지속되는 세계적 수준의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윤석열정부는 ‘규제 완화’와 ‘민간·기업·시장 주도의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다. 자산가·기업 대상의 감세와 재정 긴축, 금융 및 부동산에 관한 규제 완화, 민영화,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인상 통제 등의 경제정책은 친자본-반노동, 친부자-반서민 경향을 뚜렷이 드러낸다. 그러나 철 지난 신자유주의의 유행가 같은 이러한 정책 방향이 ‘경제 활성화’나 ‘투자 의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수구세력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탱하는 힘이 ‘뭘 한들 달라지는 게 있겠냐’라는 회의, 다시 말해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 저하에서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만성적 위기가 자동으로 더 나은 사회로의 전환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유, 동시에 이 정부가 무수한 ‘적’ 만들기에 몰입하는 이유다. 따라서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일상이 재난이 된 사회에 방치될 수많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생존자들’, 우리 시민들의 절망이다. 이 절망은 정권에 대한 회의를 넘어 국가의 공적 기능과 책무 이행에 대한 회의, 사회적 연대를 통한 권리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모든 권력은 분리통치를 옹호한다. 시민과 장애인/노동자/피해자를 대립시키고,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를 갈라치기 하며,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편을 가르고, 피해자들끼리 쌈박질을 하게 한다. 가장 쉽게 표를 얻고 세를 규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해악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면서 자유와 공정,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시민 상호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회적 약자를 범법화하고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를 해체하고 각자도생하는 사회를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끄라이나전쟁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끄라이나전쟁은 크게 세가지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첫번째로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안보논리가 등장했고, 두번째로 보호주의의 진영화가 공고해졌습니다. 우끄라이나전쟁은 그전까지 다소 관망세를 유지하던 유럽이 안보위기에 직면해 미국 측에 기우는 계기가 됐고 보호주의 진영화의 외연을 확장하는 분수령이 됐어요. 세번째로 이 전쟁은 에너지전환, 기후전환을 가속하는 촉진자가 됐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1980년대부터 진행된 금융화의 최종적 결과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중국이 그림자금융 등 금융산업 문제가 심각해 내부적으로 붕괴될 수도 있다고 여겨졌는데 결국 그러지 않았죠. 당시 공산당이 주도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자국 제품의 해외시장 의존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또 2000년대부터 합작투자를 통해 외국 기술을 수입하면서 자체적인 공급생태계를 구성했고요. 이처럼 중국이 여러 산업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고 자체 공급망까지 구축하자, 2015년 무렵부터 미국은 중국을 본격적으로 ‘전략적 경쟁’ 대상으로서 견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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