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창조하려면 노예 계급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인식을 니체는 주저하지 않고 현대 세계에 그대로 적용한다. 바로 이런 과감함 혹은 과격함에 니체 고유의 특징이 있다. 니체는 노동의 존엄이니 인간의 존엄이니 하는 말은 모두 헛소리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부정한다.

니체는 대중의 대척점에 천재를 놓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천재의 탄생이었고, 문화의 창조였다. 대중을 옹호하고 대중을 떠받들고 대중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이 천재의 탄생을 방해하고 문화 창조를 훼방 놓을 뿐이라고 니체는 생각했다.

젊은 영혼은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지면서 삶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너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무엇이 너의 영혼을 높이 끌어올렸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 네 앞에 세워놓아라. 그러면 그것들은 너에게 ······ 너의 진정한 자아의 근본 법칙을 보여줄 것이다. 이 대상들을 서로 비교해보라. 하나가 다른 것을 어떻게 보완하고 확장하고 능가하고 미화하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그 대상들이 네가 이제까지 너 자신에게로 기어 올라갔던 사다리가 되었는지를 보라. 왜냐하면 너의 진정한 본질은 네 안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위로 측량할 수 없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니체 사상의 핵심 중의 핵심을 요약하는 한 문장을 뽑으라면 "자유로운 인간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될 수 있다"라는 문장이 아닐까. 훗날 무섭게 울려 퍼질 초인의 외침이 이 문장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응축돼 있다.

니체는 인식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 혹은 신앙이 어리석은 것임을 이렇게 보여주면서, 인식보다 중요한 것은 삶이라고 암시한다. 인식을 위해 삶이 훼손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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