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분명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별 쓸모없는 것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문제였다. 잘하는 것들은 더 이상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면 책을 읽고 의미를 파악한다든지, 역사 수업을 듣는 등 못하는 것들은 점점 친구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소년의 성취는 굳이 따지자면 "중간 수준"이었지만, 자폐 어린이의 발달이란 맥락에서 그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넓고 깊은 심연을 건너뛴 것과 다름없었다. 도널드는 적어도 일부 어린이는 자폐증의 가장 파국적인 측면을 극복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는 생생한 증거였다.

도널드는 번호 매기는 규칙을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만 이해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을 개발한 것은 분명했다. 말을 길게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인 교류라는 점에서 효과는 대화 못지않았다. 도널드의 숫자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재미있고 매력적이었으며, 확실히 관심을 끌었다.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자폐증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지 못했다. 너무 드물어 과학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탓도 있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정신의학자들이 자폐증의 원인이 분명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최종 판결은 이랬다.
자폐증은 엄마가 자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사악하다, 위험하다, 잡아먹을 것 같다. 베텔하임은 자폐의 원인과 영향을 설명하면서 이런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자폐란 자기가 속한 세상이 냉정하고 역겨우며 위협적이란 사실을 깨달은 아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연구진은 어린이들을 부상 입은 존재로 보았다. 그토록 큰 상처를 입힌 사람은 바로 엄마라고 믿었다. 연구자들끼리는 심리적 유발인자라는 용어를 썼다. 어떤 정서적 외상이 가해져 자폐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정서적 외상의 근원을 밝혀내고 손상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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