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그래도 인간은 어떻게든 올바른 방향, ‘인간적인’ 길을 찾아왔다. 질병이자 저주였던 어떤 상태가 축복의 대상으로 변해온 과정은 그대로 인간이 자기를 옭아맨 편견과 차별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를 해방시킨 역사다.

자폐증이란 병명이 생긴 것은 2차대전 즈음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병명이 사회적 낙인이 되자 자폐로 진단받은 어린이와 가족은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무지와 편견에 시달렸다.

자폐의 역사에서 한순간도 빠짐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는 부모들이다.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분노로, 그리고 항상 넘치는 사랑으로 자녀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평범한 엄마와 아빠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두 가지, 왜 자녀에게 자폐가 생겼는지 밝히고, 자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인류학, 동물학, 유전학, 심리측정학 등 비교적 새로운 과학들의 결합에서 탄생한 우생학은 인류의 혈통에서 결점과 불순물을 씻어버릴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정신장애 어린이를 대변하며 기존 의학계에 도전장을 던진 사람은 존스홉킨스 대학 소아정신과 전문의 레오 카너Leo Kanner였다.

카너는 개인의 병력을 구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무미건조하게 일자와 증상만 나열했던 당시의 방법에서 벗어나 환자의 경험을 완전한 문장으로 적고 문단을 생생하게 전개시켜 가며 자신이 관찰한 세부사항을 더해 하나의 서사를 구성했다. 이런 방식은 결국 다른 의사들과 전혀 다른 그만의 특징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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