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영성문화의 이해와 해석을 피하는 왜곡된 근대주의 맹종에 있다. 동학과 굿과 민족종교의 숙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문화의 정체성은 더욱 훼손될 것이다. 정체성과 영성문화 연구를 계속 소홀히 한다면 한국학은 엘리트주의에 더욱더 갇히고 말 것이다. 아시아 문화정체성의 뿌리인 샤먼문화를 통해 생명의 마음과 소통하는 자연과 우주의 공공성으로 영성문화를 이해하고, 개인의 심리적 치유의 방법론으로 굿의례를 재조명할 때가 이제는 되었다.

동학을 유불선의 문헌적 결합으로만 보기보다 한국적 샤머니즘인 굿에서 나온 점도 많음을 이해할 것을 권한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의 ‘칼의 노래’ 검결(劍訣)과 무당의 공수의례는 같은 문화로 보인다. 검결은 샤먼의 영혼관을 띤 일종의 내림굿으로, 강신무(降神巫) 입무(入巫) 전통과 같다.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의 이천식천은 토템문화의 인문적 재해석으로 이해된다.

사회구조라는 개념 속에는 그 사회의 소수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그들을 사회의 범주에 포함시켜 사고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경우에 따라 어느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을’ 수 있는 존재들이 이 사회에 함께 살고 있음을 환기하는 것이다. 이는 페미니즘이 줄곧 가족에 대해 견지해오던 시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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