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에서 보수대반동을 일으켰던 공화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중도파와 달리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기독교 우파였다. 그들은 같은 당의 중도파나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파조차 자유주의 민주당의 하수인이라고 몰아 부칠 정도로 극우 성향을 띤다.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 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임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피한 채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 현상에 민중의 분노를 집중시킨 것이다.

새로운 중도 노선을 내세운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제 노선으로 돌아섰고 마침내 자신들조차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지 않는 크나큰 오류에 빠졌다.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며 서민층의 이익을 빼앗는 보수정당을 앞장서서 지지하는 걸까?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해묵은 이념 논쟁, 세대 갈등과 성차별을 부추기는 막말 논란은 정작 중요한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내몰았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가 그들이 주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성도덕이나 이념을 들춰내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흔히 보수 세력하면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투철한 사명감으로 보수 이념을 전파하고 조직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민중들이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물론 보수 정치 권력자들의 감언이설에 설득된 측면도 있지만 그들의 자발적 의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극우적 성향의 보수 우파와 기독교, 수구 언론이 결탁할 때 그리고 진보 세력이 경제 문제를 기반으로 하는 계급 문제를 도외시하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계산기만 두드릴 때, 민중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점점 더 냉소적이 되고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진보 세력은 실제로 너무 말이 많다. 정치나 사회 문제 전반에 걸쳐 정교한 이론과 합리적인 논리로 비판도 하고 주장도 많이 한다. 반면에 보수 세력은 도무지 합리적이지도 않고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민중들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가장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수 세력의 손을 들어준다. 수구 언론의 편향된 보도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우리나라 땅이 너무 좁고 정보 유통도 빠르다. 보수 세력의 정치 조작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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