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정부는 유가족과 공무원을 1:1로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느낀 정부의 대응은 부족함이 많았다. 희생자의 사인이나 사망 시각을 ‘미상‘으로 판명하는경우도 많았다. 정부의 사후지원 역시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함께한 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장례 지원뒤 (연락이나 지원이) 아무것도 없다고얘기하신다. 마음에 맞게, 배려 있게 유가족 지원이) 진행된 것은 아닌 듯하다"
라고 말했다. - P11

유가족들이 공개 석상에 등장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장례이후 국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유가족,
다른 유가족과 교류하지 못한 유가족이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 P13

지난 3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였다. 이후 불과 7개월여동안 (평소엔 1회에 0.25%포인트씩 조절하던 금리를 0.5%포인트나 0.7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11월 말 현재 3.75~4.0%,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년중순까지 5%대 초중반까지 올릴 것으로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속도가 지나치게 크고 빠르다고 본다.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제 시스템까지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경계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 P15

그렇다면 연준은 공격 대상을 잘못정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총수요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이라고, 스티글리츠는 주장한다. 예컨대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히 늘어난 수요에 부응할 만한 속도로 공급을늘릴 수 없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같은 국제정치적 사건에 따른 충격도 있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수많은 상품들의 기초재료인 석유와 식량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석유와 식량 가격이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 P21

자본시장에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주식의 경우에도 신뢰가 중요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주식과 달리 채권에 투자하면 앞으로 받을 금액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그금액을 과연 ‘제때 모두 받을 수 있을지‘
가 문제다. 이건 정확히 신뢰의 문제다. - P24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유행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대면 교육을 포함해 삶의 여러기회가 제약되면서 몇 년 전 그들 나이였던 언니·오빠보다 행복감이 낮아지고, 밝기보다는 어두운 시기였다는 사실 모두가 대충은 예상했던 결과를 ‘아동 삶의 질조사‘는 구체적 수치로 드러냈다. 물론 어린이들의 시간을 단선적으로만 결론지을수는 없다. 사회가 멈춰도, 학교가 문을닫아도 아이들은 매일같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드리운 그늘 때문에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햇빛과 양분을 보충해주는 일이 우리 앞에남겨졌다. - P35

1980년대 강제징집은 불법적·무차별적 인권유린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령·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징병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행한 후 강제로 징집해 무조건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다.  - P37

참사 보도를 둘러싼 윤리적 판단에서 이처럼 절대적인 옳고그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희생자의 존엄,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권리 중 무엇이 ‘더 큰 선(善)‘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3월7일관행을 깨고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해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가족 얼굴이 담긴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보다는 전쟁 희생자의 모습을 직접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처참함을 알리는 일이 더 큰 선이자 더 공적인 애도의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P44

자연은 타협의대상이 아니다. 이 명확한 전제 앞에서 우리가 바뀌어야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배우고 알게 되리라고 믿는다. 경제성장이란 건 지구로부터 에너지와 자원을 빼서 쓰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내뿜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 무한 욕망이 지구라는 유한함을 넘어서면결국 이 비극은 파국이 될 거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해방적파국‘을 말했다. 우리 앞의 파국은 지금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기후위기라는 계기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P50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은 최소한의기능을 가진 서비스(Minimum ViableProduct, MVP)를 빠르게 출시하여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또 다른 가설을 세워기능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프로세스를갖고 있다. 겉보기에 이러한 방식은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해고가 보여주는 바처럼 이 같은 프로세스에는 서비스가 작동하는 산업 혹은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서비스를만들어내는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욕망되는 건 오로지 주식가치의 상향뿐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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