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적은 수의 감염자로 시작한 전염병은 지수함수를 따르며 급격히 확산되다가 K값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면서 결국 확산이 멈추게 된다. 전체 인구가 1000만 명이고, 최종적으로 전염병에 걸린 전체 환자 수가 1000명이라면, SI 모형의 K는 1000만 명이 아닌 1000명으로 보는 것이 맞다. 즉, 전체 인구의 부분집합인 K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상정하고, 전염병의 확산은 이 집단 안에서 시작해 이 집단의 모든 사람을 전염시키고 멈추게 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기상 변화와 같이 초기 조건이 불확실하고 동역학의 비선형성 효과가 큰 문제에서는 미래 예측에 소위 ‘앙상블 예측’의 방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초기 조건의 불확실성을 허용한 여러 다양한 모형을 동시에 이용하고 이들 다양한 예측을 모아 평균적인 예측과 함께 예측 불확실성의 정도도 제시하는 방법이다.

과학의 가치는 확실성에 있지 않다. 확실한 것만 이야기하는 과학보다는, 틀릴 수 있어도 과정과 결과를 함께 공개해 사람들을 의심케 하는 과학이 더 가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행동면역계는 사회적 낙인 및 편견과 관련된다.30-32 감염이 된 사람에 대한 혐오는 물론이고, 기형이 있는 사람, 피부에 모반이 있는 사람에게도 편견이 발생한다.33 뚱뚱한 개체에 대한 혐오도 마찬가지다.34, 35 감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지적으로 이해해도, 혐오의 감정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백신 거부와 같은 반지성주의, 외국인 혐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회문화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 등은 마치 다른 원인을 가진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진화적 기원에서 유래한다. 미생물과의 치열한 군비경쟁을 통해 공고하게 진화한 행동면역계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생태적 환경에서 큰 소리를 내며 파열하고 있다.

면역계는 아마 초기 진핵생물이 진화하면서 같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인식하는 패턴 인식 수용체가 나타났다. 패턴 인식 수용체는 원시적인 면역계로 무척추동물이 번성하던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나타났지만, 점점 다양한 병원체가 나타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별로 유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