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농업혁명은 문명으로 가는 첫 단추라고 생각되지만, 알고 보면 거대한 사기였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초기 농업으로 얻을 수 있는 작물의 양과 질이 모두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이들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은 수많은 허구를 믿고 따르는 거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왕이라고 불리는 사람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고, 사제가 붉은 옷이 불경하다고 하면 입지 말아야 했고, 헝겊으로 가슴부터 무릎까지의 신체부위를 가리는 것이 예의라고 하면 따라야 했다.

농업혁명이 가져온 또 하나의 중요한 결과는 천문학의 탄생이다. 농사는 식물의 생활주기에 맞춰 진행된다. 농부는 하늘의 운행주기를 알아야 했다. 이는 태양, 달,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된다. 이제 사제는 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대신, 별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했다. 훗날 천문학은 물리학의 탄생으로 이어져 인류를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이끌게 된다.

대중은 주기적으로 마음을 바꾸는 듯한 과학의 행태에 불만을 느낀다. 종종 사람들은 이를 과학의 결점으로 여긴다. 하지만 사실 바로 이런 부분이 과학의 강점이다. 새롭고 더 나은 증거의 등장으로 과학 공동체는 진실에 가까운 더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반대자들은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면 과학과 이성, 진실이 모두 파괴되어 결국 혹독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면 포스트모던은 17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모더니즘 시대 이후를 일컫는다. 계몽적 가치를 제외하고는 모더니즘 이후의 시대를 정의할 마땅한 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계몽적 가치를 섣불리 받아들이길 거부한 사람들을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부르게 된 것이다.

트럼프가 하고 싶은 말은 정체성 정치론자들이 사회가 특권층 위주로 짜여진다고 지적하면서 주장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트럼프의 속내는 언론이 자신들이 가진 편견을 진실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메타서사를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다.4

정치적, 문화적 메타서사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사회적 분열은 계속적으로 촉진되고 있다. 사회의 결집 또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서사에 대한 합의가 사라지면 우리의 위대한 사회는 결국 붕괴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 직전의 시기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절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도의 유용성은 예측 능력과 설명 능력에서 기인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도를 바탕으로 행동할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지도를 그것이 나타내는 지형(궁극적인 실재)과 혼동하거나 더 새롭고 더 정확한 지도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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