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원래 구상했던 핵심 요소들을 제거하고 인간을 위한 예수의 속죄를 사도 요한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을 포기한 이유, 그리고 새로 대체한 악장들에서 인간의 원죄를 인정하는 데 훨씬 더 비중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교회의 엄청난 힐책만이 설명 가능하다.

세속화된 우리 시대에 「요한 수난곡」이 왜 그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바흐의 수난곡을 떠받치고 있는 다층적 구조를 청중이, 만약 직접 보거나 들을 수 없다면, 적어도 ‘느낄 수’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는 고딕 교회에 입장한 방문객들 눈에 보이지 않는 반 아치형 석조 구조물의 역할과 똑같다. 이 구조물은 건물이 날렵하고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지고하게 높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바흐의 수난곡들은 더 오래
연구하면 할수록 더 많은 반복과 대칭, 상호 참조하는 기하학적 패턴들을 발견하게 된다.

변이와 상호 참조, 반복도 많이 등장한다. 이들은 쉽게 파악되고, 개략적인 패턴이나 대칭적 교차 배열 패턴으로 자유롭게 변형된다. 또한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 조성이 대단히 중요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이 안에서 그들은 ‘우주 체계 속에서 다 함께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창조자-신의 말씀으로 섬겼던 고대 그리스도의 사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발견한다.’ 바꾸어 말하면, 바흐는 신의 말씀으로서의 요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화성 공식의 축소판을 고안해낸 것이었다. 이 공식을 이용해 그는 음악의 외피 아래 감춰둔 나사렛 예수의 초상 안에서 구조적 장치들을 한층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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