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칸타타에서 만날 수 있는 바흐의 가장 매력적인 습관 중 하나는 악기의 개성을 한껏 살린다는 점이다. 표정 있는 결말을 위해 그는 각 악기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거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한다. 그의 손길 속에서 악기들은 특별한 효과나 분위기 이상을 만들어낸다.

「이도메네오」나 「돈 조반니」와 가장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바흐의 「요한 수난곡」 오프닝이다. 18세기 전반에 작곡된 오페라 서곡 중 내가 아는 한 이 곡에 필적하는 작품은 없다. 베토벤의 「레노오레」에 삽입된 세 곡의 프렐류드의 직계 조상으로서도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 악에 대항하는 선, 영혼과 육신, 진실과 거짓 등 바흐는 요한이 자주
드러내는 극명한 사상의 양극성을 연결시킬 줄 알았다. 이 악장이 연주되면 우리는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신과 같은 그리스도와 그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 사이가? 극명하게 갈라지는 양극성과, 인류를 위해 ‘영락하며’ 스스로 몸을 낮춘 그리스도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수난곡은 스토리텔링과 명상, 종교와 정치, 음악과 신학의 혼합물로서 당시에는 대단히 대담하고 복잡한 시도였고, 앞서 4장에서 찾아본 ‘음악 드라마의 정신’의 발현이 절정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그리고 바흐는 ‘수동적인’ 오페라-연극 청중이
아닌 정신적 자양분을 열망하는 루터교 신도들의 요구에 부응해왔다.

바흐의 음악은 내러티브와 해설, 성서 연대기와 신학적으로 형상화된 시적 텍스트가 서로 맞물려 있었으며, 이처럼 정교하게 음악적 깊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이 또한 아무도 없었다

바흐가 이 경건주의 신학자가 윤곽을 잡은 여러 테마에 동화되어,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첫 번째 수난곡을 구성했는지는 실로 놀랍기만 하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는 군중과 투옥된 평온한 예수 사이의 극적인 대립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그의 마지막 승리로 표현했다

요한의 수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점은 바흐가 전략적으로 배치한 아리아들이다. 중요한 순간에 이 아리아들은 교리의 근원적 의미를 하나로 모아서 청중과 능동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드라마는 여전히 거침없이 펼쳐진다.

시간은 두 차원, 즉 과거(및 그에 대한 반응까지)를 암시하는 현재와 현재를 조건 짓는 과거 사이를 항상 오간다. 서사의 본질적인 시작과 끝을 알리고 동시에 신학의 근원적 테마를 조율하는 역할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신중하게 선택되고 배치된 코랄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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